최근 1∼2년새 급속히 전개돼온 가전유통시장의 변화는 이 시장을 ‘다자간 무제한 경쟁 체제’로 급속하게 시장을 재편시켜 나가고 있다. 제조와 유통업체간 주도권 다툼으로 일기 시작한 이 변화는 다양한 유통채널 등장과 함께 유통업체내 일대 변혁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70, 80년대만 해도 가전 대리점과 백화점의 양강 구도였던 이 시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들어서부터다. 하이마트를 필두로 전자양판점이 가세하고 중반 이후 대형 할인점이 등장했다. 이어 신유통 채널의 대표주자인 온라인유통업체가 ‘가격파괴와 쇼핑의 편리함’를 무기로 시장에 돌풍을 몰고오면서 가전유통시장의 분할을 가져왔다.
지난해 가전유통시장은 대리점이 약 50%, 양판점 25%, 할인점 15%,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 10%대의 구도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전자양판점·할인점·온라인유통업체의 점유율이 더욱 커지면서 전체시장의 50%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유통채널간 시장경쟁도 업태를 불문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자간 경쟁구도는 가전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제조업체는 더나은 서비스와 전산화를 통한 물류 효율화와 AS경쟁을 통해, 유통점은 취급품목의 고급화 내지 다각화 등의 변화를 통해 영역 구분없는 유통경쟁에 합류했다.
가전 메이커는 대리점과 전속점을 위협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할인점·온라인유통을 인정하면서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해 ‘가격+α’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삼성과 LG전자 등 주요 가전메이커는 고객관리시스템을 비롯해 효율적인 물류망 확보 및 전속점인 하이프라자와 리빙프라자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교육과 AS체제를 동시에 제공하는 원스톱 매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산과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한 업무효율화와 우수한 AS로 유통과 승부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신유통 채널끼리의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등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상품가격, 정보 획득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취급품목과 타깃층 구분이 모호해지는 데 따른 새로운 현상인 셈이다.
이미 수도권과 신도시 일대 주요 밀집 상권에서는 백화점 또는 할인점끼리의 경쟁에서 백화점 대 할인점, 할인점과 양판점, 심지어 할인점과 인터넷쇼핑간 대결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백화점은 고급품, 할인점은 저렴한 대중상품, 양판점은 다양한 상품 취급으로 도식화됐던 유통영역별 고유 색깔도 희미해졌다. 할인점은 고급품의 구비와 취급상품 확대, 백화점은 다양한 기획행사를 통한 할인점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양판점은 신규 점포의 대형화로 백화점과 할인점에 대응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도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며 온라인시장 확대를 꾀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도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가전유통시장은 다자간 경쟁 체제 속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메이커와 유통업체간 힘겨루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