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IT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기조연설에 나선 주요 인사의 경기전망도 극과 극을 이뤘다.
내셔널세미컨덕터 회장, 사장 겸 CEO인 브라이언 할라는 본격적인 인터넷붐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낙관한 반면 미 부시 대통령의 경제 특보이며 국가경제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한 칼로스 보닐라는 당분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할라는 인터넷붐이 이미 지나갔다는 대다수의 생각과는 달리 인터넷붐이 아직 일지도 않았으며 무선인터넷을 비롯해 가전제품에 내장되는 반도체가 새로운 물결의 성장을 가져오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인터넷은) 성숙한 산업이 절대 아니다”며 “우리는 단지 몇 가지 흥미있는 제품을 보고 표면만을 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설치된 방대한 인터넷 인프라와 함께 전력소모가 적고 다른 디바이스와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전자 디바이스의 보급이 늘면서 다시 붐이 일 것이라는 것이다. 할라는 향후 수년간 대다수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반도체가 들어간 수백에서 수천개의 장비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할라는 전망 발표와 함께 현재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 스마트퍼스널오브젝트테크놀로지(SPOT) 기반 반도체를 소개했다. 이 칩은 항시 802.11b 접속, 울트라와이드밴드라디오, 802.11이나 블루투스보다 전력소모가 적은 단거리 무선기술 등을 지원한다. 할라는 이 칩에 대해 “사실상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내장할 수 있다”며 낮은 가격을 강조했다. SPOT는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17일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것으로 손목시계나 알람시계 같은 일상 소품에 싼 반도체를 내장하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는 개념의 기술이다.
할라의 전망에 대해 시장조사회사인 크리에이티브스트래터지스의 사장인 팀 배자린은 “할라의 전망은 현실에 보다 접근한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대통령 특보인 보닐라는 90년대 말 기업의 과잉 기술투자는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기술지출 확대가 더디게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엄청난 광섬유가 이미 포설됐고 마찬가지로 새로운 자본과 플랜트, 장비 등이 넘쳐난다”며 “이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쓴 약이 될 것이라고 전제한 보닐라는 “기대하지 말고 지내라고 말하기는 어럽지만 이제 현실이 됐으며 거품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종 차트와 그래프를 동원해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으며 제조와 대부분의 지표가 계속 하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소비지출만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할라는 특히 “제조는 기술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분야”라며 “제조분야의 실업문제가 기술업체에 가장 우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품붕괴에 따른 마지막 문제의 하나로 너무 많은 영세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할라는 반도체 톱10 기업 CEO 중 대다수가 최근 몇 주간 매출 증가 사실을 밝혔다는 점을 들어 올해 PC 판매가 소폭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는 반도체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점쳤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