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2)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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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머리와 허리가 부족합니다. 외국시장 상황과 기술흐름에 밝은 책임급 연구원과, 프로젝트를 단단하게 받쳐줄 선임급 연구원들이 벤처로 빠져나가면서 중간급 연구인력이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안팎으로 수급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인력수급을 책임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심각한 인력난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비메모리반도체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싶어도 훈련된 전문인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시스템의 핵심기능을 하나의 반도체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는 시스템온칩(SoC)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타 사업부의 인력을 뽑아오기도 하고 외국 경쟁업체에서 웃돈을 주고 인력을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현지 연구개발(R&D)센터를 인력을 모집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현재 2000여명선에 머물고 있는 개발인력을 2007년까지 5000여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하이닉스도 인력수급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핵심인력들이 잇따라 자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LG반도체 출신 상당수는 이미 빅딜 과정에서 동남아·중국으로 흩어졌고 ‘시스템IC 컴퍼니’의 분사가 늦어지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120여개의 벤처에 유휴(?)인력이 많은데 인력난을 호소하는 것이 어불성설이 이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벤처에 종사하는 핵심인력을 다 합쳐도 퀄컴이나 엔비디아, 비아 등의 평균 개발 인력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이 우리 산업계의 현실이다. 표참조

 더욱이 국내 시스템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동통신·네트워크·컴퓨팅 등 핵심분야의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인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기업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인력풀 시스템도 멈춘 실정이다.

 이는 외산칩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비메모리반도체 수요의 90%를 외국에서 사다 써야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세계 반도체시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비율이 80대20인 반면 우리는 오히려 20대80으로 역전되어 있는 모순된 결과를 낳게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비메모리 분야를 개척하지 않는 한 국내 기업들의 파이의 크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은 인력난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해오지 못한데다 관계부처마저도 인력수급문제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D램 위주의 기술교육으로 비메모리의 핵심인 설계분야의 전공교수들이 부족하고 커리큘럼도 다양하지 못하다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60여개 반도체 관련학과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와 ETRI의 IT SoC 지원센터,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등에서 전문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도 턱없는 예산으로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