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의 지속/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저/윤구병, 이수영 역/보리출판사 펴냄
현대사회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소리가 높다. 현대사회를 구축하는 핵심 요소들을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와 기계화, 경쟁 등이 환경을 망치고 생태계를 파괴해 결국 인간성까지도 망가뜨린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팽배해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체념하고 사회에 순응하면서 일상에 묻혀 사는 것이 보통사람들이다. 때론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깊숙한 시골에 들어가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공기처럼 여겨온 도시에서 멀리 떠난다는 것 역시 대단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화로운 삶의 지속’은 성공한 예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미 ‘소박한 밥상’이나 ‘조화로운 삶’같은 책을 통해 낯익은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자신들의 시골생활을 정리한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그 일을 해냈는지를 소상히 설명한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버몬트에서의 20년을 수록한 책이 ‘조화로운 삶’이라면 이 책 ‘조화로운 삶의 지속’은 그후 메인에서 26년간인 스코트 니어링이 97세가 될 때까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려낸다.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내용들인 농사짓기 적합한 땅을 고르는 방법부터 돌집짓는 일까지 그들이 그동안 경험하고 터득한 시골생활의 지혜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농사와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처음에 세워 놓았던 원칙에 따라 자급자족하며 자연에 순응해 생활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공동체적 삶을 구현하는 그들의 모습은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준다. 단순히 시골로 은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그들이 말하는 4-4-4 공식에 따라 노동과 전문활동, 그리고 사회에서 제 몫을 하며 모든 일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분석하면서 더 좋은 결실을 내려는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이미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어떤 방식으로 살라고 말해주기는 쉬워도 스스로 본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백 번 말하기보다는 한 번 본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환경보존을 주장하는 책들은 많으나 이 책이 유난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자신들의 가치관대로 평생을 지속하며 살았던 그들의 성실하고도 진지한 삶의 뒷받침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들이 남긴 만족스러운 결과가 뒷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