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이 설상가상으로 예상치 못한 겨울철 된서리에 휘청거릴 조짐이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상징되는 겨울은 음반업계의 전형적인 성수기. 그러나 예상은 오히려 겨울철 된서리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 대선기간 지상파TV를 통한 음반 홍보마비가 주요인이다.
업계는 “지자체 선거에 월드컵, 소리바다 사태, 가요계 비리 수사, 12월 대선까지 올해는 음반시장에 악재가 겹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반사들은 11월 말, 12월 초에 발매하려던 당초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매기를 살릴만한 뚜렷한 비법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실종된 크리스마스 특수=예년 같으면 11월 말이면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이 쏟아질 시기다. 3∼4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까지도 캐롤 앨범은 꾸준히 선보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주도했었다. 음반사 입장에서도 캐롤 앨범은 보름이라는 단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수그러든 구매심리를 캐롤 앨범이 메워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음반사들이 앨범 발매를 꺼리고 있다. 더구나 12월 대선이 자리하고 있어 TV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음반사마다 활동 반경이 좁아진 것도 일조하고 있다.
◇소매상 주문량 하락=겨울 들어서도 소매상 주문은 여전히 하락세다. 대박급 음반인 경우에는 한 장이라도 더 보유하려고 소매상마다 경쟁이 치열했지만 최근에는 최소 물량만 주문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도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웬만하면 초도 주문이 20만장을 넘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대박급 작품이어도 15만장을 넘기가 어렵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신인 기근현상=음반시장이 침체되면서 신인 뮤지션의 등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신인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유명가수 앨범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방송매체들도 신인 홍보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기 때문. 더구나 연말에는 각종 가요대상시상식 때문에 신인 뮤지션이 뜨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마땅한 아이돌 스타가 없어 고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음악 장르의 다양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대박급 앨범 발매, 내년으로 연기=겨울 들어서도 매기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음반사들은 앨범 발매일을 내년으로 늦출 계획이다.
당초 11월 말에 발매할 예정이던 조성모 신보도 내년 1월로 미뤄진 것을 비롯해 god, 브라운아이즈도 내년에 신보를 내는 것으로 일정을 연기할 방침이다. 이외 대부분의 음반사도 ‘늦어도 12월 10일 이후에는 신보를 내놓지 않을 계획’임을 표명하고 있어 당분간 신작을 구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