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들은 언제나 고독하다.
공무원이든 연구원이든 외부와 별 접촉없이 몇 평 안되는 사무실이나 연구실에서 항상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실정이다. 이같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과학기술강국 실현을 위해 땀을 흘리는 두 사람이 있다.
과학기술부 기술협력과에 근무하는 노환진 서기관(44)은 공무원 사회에서 유명한 탁구광이다.
단순히 탁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났다고 평가되는 실력파다.
노 서기관은 77년 서울대 입학후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작, 4학년 때 교내 탁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전국 탁구대회 대학부 개인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탁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어떤 분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스포츠를 잘해야 된다고 했다”며 “그렇게 시작했지만 대학 4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탁구에 몰두했다”고 회상한다.
85년 특채로 과기부에 근무하게 된 이후에도 그의 탁구사랑은 90∼96년 프랑스 유학시절, 2000∼2002년 중국 옌볜과기대 교수시절까지 그칠 줄 몰랐다. 프랑스 유학시절에는 탁구클럽에 출근하다시피 했으며 옌볜과기대 시절에는 대학 탁구부 감독까지 역임했다.
2주일 전 중국에서 귀국한 그는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탁구라켓을 잡을 계획이다. 일단 일주일에 4번 정도 탁구장을 찾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탁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탁구는 실내운동이라서 날씨에 상관없이 할 수 있으며 요즘에는 대부분의 직장에서 탁구대를 마련해 놓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탁구의 매력”이라며 “오늘 오후에도 감사원 탁구마니아 들과 탁구시합이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 사무관이 작은 탁구공의 마니아라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열·유동제어연구센터 이윤표 센터장(44)은 93년부터 KIST 축구동호회장직을 맡는 등 축구공 마니아다.
매일 오전 8시까지 연구소로 출근, 30분 정도 축구를 한 후 연구실로 발길을 향한다.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연구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열을 전기로 바꾸어 몸에 부착하는 센서 등의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축구를 하고 나면 연구 스트레스가 확 풀려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연구활동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가 축구에 빠져들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에 들면서부터다. 이후 대학에서도 축구부에 가입, 축구를 계속했다. 요즘에는 바쁜 연구활동에도 불구하고 3개의 축구동호회에 가입, 주말마다 평균 3시간 정도 공을 찰 정도로 축구를 사랑한다.
그는 연구활동도 축구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축구가 골을 넣는 것이 목표라면 연구활동도 어떤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한명의 스트라이커만으로 골을 넣을 수 없듯이 연구개발활동도 조직력과 팀원이 있어야 한다고 소속 연구원들에 강조하곤 합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두 과학인의 모습 속에서 밝고 활기찬 한국 과학의 미래가 보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