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기의 새로운 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필기인식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필기인식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소형 정보기기의 왕좌로 부상한 개인휴대단말기(PDA) 외에도 최근에는 태블릿PC라고 불리는 노트북PC, 그리고 정보기기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중인 휴대폰까지도 필기인식 기술이 파급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현재 필기인식 방식을 신기하게 구경하듯이 어쩌면 앞으로 5, 6년 뒤에는 키보드나 키패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는 것이 드물 것이라는 성급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확산되는 필기인식 기술=필기인식 기술은 그동안 PDA 등 극히 한정된 분야에 적용돼 왔다. 현재와 같은 필기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PDA는 지난 93년 애플이 뉴튼 메시지 패드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됐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대중화에 실패했고 지난 96년 팜 컴퓨팅을 인수한 US 로보틱스에서 팜파일럿 1000을 출시하면서 대중화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필기인식 기술은 PC에서 실패를 경험한 후 타분야로 확대되지 못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7일 필기인식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노트북PC인 태블릿PC를 발표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가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이동전화단말기인 ‘터치 스크린 폰’이다. 이 제품은 필기인식 기능을 기본으로 지원하나 2종의 CPU와 운용체계를 탑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스마트폰과 달리 CPU와 운용체계를 추가하지 않고도 필기인식 기능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정보기기인 휴대폰에 필기인식 기술이 접목될 경우 파급력이 타분야보다도 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키보드보다 친숙=필기인식의 장점은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동중이나 서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PDA포털사이트인 PDA벤치의 김병윤 팀장은 “PDA를 고정해 사용하는 유저 중에서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이동중이나 서 있을 경우에는 100% 필기인식 기능을 사용한다”며 “필기인식 방식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는 필기입력 방식이 불편하겠지만 여기에 익수한 소비자는 키보드 입력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PDA의 필기인식 방식이 한글자씩 인식하기 때문에 필기인식률이 조금 떨어지는 데 비해 태블릿PC에서 적용된 필기인식 엔진은 문장 전체를 인식하고 문맥을 통한 검증 등을 통하기 때문에 필기인식률이 높다. 터치스크린 폰을 출시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은 PDA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뿐만 아니라 버튼을 이용한 문자입력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기인식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은 특히 한자를 입력해야 하는 중국·일본·한국 등이다. 이 지역 사용자들은 예전에 한자를 입력하기 위해 음을 입력한 후 이를 다시 한자로 바꿔야 했으나 필기인식 기능이 도입되면 이런 번거로움 없이 바로 입력할 수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