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의 패러다임이 완제품 위주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부품소재산업 육성의 기치 아래 출범한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의 신용웅 신임회장(61).
서초동 원림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신 회장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굴뚝스럽다(?)’. 소박하고 듬직한 모습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만만히 볼수 없게 하는 위엄을 갖추고 있다.
신 회장은 20대에 사업을 시작해 지난 30여년간 섬유산업, 소위 말하는 굴뚝산업의 외길을 달려왔고 지난 90년에는 벤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창업투자회사를 설립, 10여년간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튼튼한 중견 벤처캐피털로 성장시켜 왔다.
외길을 고집할 수 있는 신념과 뚝심, 작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 사업가로서 필요한 욕심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에게서는 20, 30대의 벤처기업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또다른 힘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사업가로서만 전념해온 그가 부품소재 육성이라는 국가적인 10년 대계의 주춧돌이 되는 투자분야의 선장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막중한 임무를 맡은 그가 말하는 선장의 역할은 간단하다. 천천히 길게 보고 가자는 것이다.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지난 2000년부터 1, 2차 부품소재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153개 기업에 투자기관 투자금 1569억원, 정부출연금 2155억원 등 총 4971억원을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했다. 이들 투자받은 기업 중에는 국내에서 광기록장치용 렌즈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세코닉스와 같은 기업도 있다.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결실을 거두웠습니다. 그런데 정부든 민간이든 지금까지의 성과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성과를 따지기보다는 5년, 10년, 20년 후에 열매를 거둘 터를 잡는다는 생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신 회장은 10년전 만해도 우리 경제가 감히 일본을 바라보지도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일본에 뒤쳐지지만 이제 그 격차를 눈에 보이는 수준까지 줄였다고 생각합니다. 부품소재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논하기조차 부족한 수준이지만 10년후에는 반드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신 회장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부품소재산업 육성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여유있는 마음이라고 한다. 신 회장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부분도 협의회는 물론 회원사, 정부 관계자들이 이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가 여유 다음으로 꼽는 것은 제대로된 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 벤처캐피털, 신기술금융사, 대기업 등의 46개 국내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해 만든 기관입니다. 정부 출연금을 받아 민간 투자기관들과의 매칭투자에 활용하는 역할을 합니다. 민관협력의 허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회장은 물론 협의회 자체를 회원사와 기업들의 심부름꾼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다.
“기업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것은 미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도 자금부족으로 그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해당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부품소재 육성사업이 시작된 것이고 협의회는 이들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현재 협의회 회원사는 은행, 신기술금융회사, 창투사, 증권사, 보험사 등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투자를 받은 기업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해 종합상사나 수요기업, 외국계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회원사를 늘려가겠다는 게 신 회장의 구상이다.
“수요기업이 본사업에 참여해 하청업체에 투자하면 일반 투자기관이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은 물론 하청업체를 통한 개발 리스크를 줄여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하청업체는 정부의 기술개발자금과 민간 투자자금을 활용함으로써 자금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협의회는 앞으로 투자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20% 이상 증가한 80개 이상의 기업에 총 1000억원 정도의 민간 투자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며 내년 투자규모를 늘려갈 예정이다.
아울러 선정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무, 회계, 상법 등의 교육을 위해 연 2회 이상의 세미나 개최를 계획하고 있고 경영지도를 위한 컨설팅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외자유치와 해외마케팅을 직간접적으로 추진하고 기업들의 해외전시회 참여도 지원하는 등 다양하고 입체적인 활동을 펴기로 했다.
“부품·소재 전문기업은 취약한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육성 및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위해 범용제품보다는 독자기술력에 의한 특화된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해 정부가 기술이나 품질에서 신뢰성을 인증받은 부품소재에 대해 공공부문 우선구매 등과 같은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국내시장보다 수출파급효과가 큰 해외시장 개척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단계별 성장전략의 전제는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에 대한 일관되고 내실있는 정책의 추진입니다.” 정책의 성패는 입안 못지않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100대 품목 중 기술부족으로 인해 수입하는 제품이 5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입니다.”
-약력
△41년생 △64년 성균관대 자연과학대학 졸업 △66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82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7년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 정보통신과정 수료 △64년 원림산업 무역부 △68년 원림상사 대표이사 △89년 원림 대표이사 △89년 원림개발 대표이사 △90년 한일창업투자 대표이사 △98년 한빛창업투자 대표이사 △2002년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장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