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여성]한주혜 한국전자증명원 대리

 헤드헌팅업체들이 심심치 않게 접촉을 시도해오는 경력 6년차의 베테랑급 프로그래머. 이제 막 시장이 열리고 있는 전자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프로그래머 중 한명.

 국내 전자세금계산서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전자증명원의 한주혜 대리(27)에게 붙는 수식어다. 지금까지 개발이나 운영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이름만 정리해도 2쪽 분량이 넘는다. 그동안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 스스로가 만들어낸 발자취다.

 한 대리는 지난 97년 한백데이타에 입사, SK주식회사의 울산 clx 윤활유 생산시스템, 탱크 출하시스템, 아스팔트 출하시스템, 출입관리시스템, 의무실 건강정보시스템을 비롯해 LG-Nikko 동제련 원가·경영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업무를 익혔다. 그러나 한 대리가 항상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는 따로 있었다. 바로 보안분야였다.

 “6년 전에는 보안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쪽을 택해 프로그래밍 실전을 익혔습니다.” 이같은 실전경험 끝에 한 대리는 지난 2000년 5월 한화S&C에 입사했고 한화그룹에서 출자한 한국전자증명원 창립 멤버로 참여하게 됐다.

 이후부터 한 대리의 진가가 드러났다. 소비자보호서비스 개발 등에 참여했던 한 대리는 지난해 3월부터 전자세금계산서 소프트웨어인 ‘시큐디아이(SecureDi)’ 개발에 보안담당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게 됐다. 현재 한국정보증명원이 시큐디아이를 통해 전자세금계산서시장의 60%를 점유하는 것이 바로 한 대리가 독자개발한 공개키기반구조(PKI)의 툴키트 덕분이다.

 “다른 회사들의 경우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려면 미리 해당 사업자임을 확인하기 위해 공인인증기관의 인증서 적용 및 전자서명을 위한 보안모듈을 별도로 탑재해야 하는 데 반해 시큐디아이는 독자기술인 PKI 툴키트로 인증서 확인과 세금계산서 발급기능을 모두 지원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개발해놓고도 뿌듯한 느낌이 든단다. “개발 당시에 일주일씩 밤을 새운 적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대리는 프로그래머 본연의 업무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의 여자가 대기업에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팀원을 데리고 들어가면 처음에는 쉽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성별이나 나이에 대한 편견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제 한 대리는 개인적으로 공증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업무를 하고 싶어한다. 회사에서도 내년 중반 정도면 이 분야로의 업무영역 확장을 계획할 것 같다고 귀띔한다.

  <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