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게임타이틀 배급사업에 뛰어든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예상보다 더딘 게임기 보급과 과도한 타이틀 배급 부대비용 등으로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해 향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이들 업체들은 PS2 타이틀 국내 배급라이선스만 획득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은 보장될 것으로 예상, 라이선스 확보와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배급사업을 전개해 왔다.
업계는 PS2 게임타이틀 배급사업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SCEK, EA코리아 등 외국계 한국법인을 제외하고 사업을 전개중인 20여 업체 가운데 고작 2∼3개 업체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들 역시 기대에 크게 미흡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배급에 뛰어든 업체들의 상당수는 차기작 출시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업체는 사업 전개를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 배급라이선스를 확보한 업체는 90여개사다.
△수익 왜 안되나=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작은 PS2 게임시장규모를 들 수 있다. 당초 게임기의 국내 공급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연내 100만대 내외의 게임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10월말 현재 22만대 정도만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당초 기대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PS2 유저들이 여러개의 게임타이틀을 구매하기보다는 대작 중심으로 몇개의 게임만을 구매하는 것도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상당수 PS2 유저들은 용산 등지에서 뒷거래되고 있는 불법복제게임타이틀을 구매해 배급사들이 기대만큼의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배급사의 과다한 로열티 부담도 수익 확보의 장애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급사들은 게임판권을 갖고 있는 외국업체에 일정분의 로열티를 제공해야 하는데다가 PS2의 개발사인 SCE에 게임타이틀 배급에 대한 별도의 로열티를 장당 4000∼8000원 정도 지불하고 있다. 이에따라 PS2 게임타이틀 배급 로열티는 평균적으로 PC게임에 비해 1.5∼2배 가량 많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열티만 기준으로 본다면 PS2게임 배급사업으로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PC게임에 비해 1.5∼2배 가량 더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타이틀의 소비자가격이 외국보다 저렴한 4만5000원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익 확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을 가장 많이 출시하고 있는 SCEK가 기본적으로 저가정책을 쓰고 있어, 배급사들이 마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낮춰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타이틀에 대한 한글화작업과 마케팅비용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들어 PS2 게임타이틀이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작업을 거친 후 나오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이들 배급사들은 평균잡아 1억원 가량을 한글화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또한 PS2에 대한 홍보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전망=배급업체들이 향후 게임 출시에 상당히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작의 경우 막대한 로열티가 들어가는 반면 국내시장 규모를 감안한다면 기대만큼의 판매를 올리지 못해 출시일자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메이저업체의 배급권을 갖고 있는 업체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작타이틀의 경우 판매된 PS2의 10% 가량이 소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의 시장규모에서는 대작이라도 많이 팔려야 5만개 정도이기 때문에 마진을 남기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배급사업을 접는 업체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CEK의 한 관계자는 “PS2 게임타이틀을 출시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며 “게이머들의 구매동향과 트렌드 등을 적극 고려해서 사업전개를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