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T화 현장을 가다](7)성호전자

 ‘불량이다. 불량잡아라.’

 ‘불량제로작전!’

 서울 구로동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제3공단에 위치한 성호전자(대표 차명섭) 공장 내부에 적혀있는 표어들이다. 올 7월 ‘품질경영’을 주창하는 차명섭 사장이 스스로 팀장을 맡은 품질경영혁신팀에 의해 걸어졌다. 여느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어지만 성호전자는 이를 위한 실천방법이 여타 중소 제조업체와는 확연히 다르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6시스마 운동’, 영업·생산·자재·회계 등 업무별 ‘통합시스템(ERP)’을 마련하고 전 사업장의 자동화시스템도 완비했다. 연매출 170억원, 본사 직원 120명의 이 회사가 국내 최대의 플라스틱 콘덴서업체로 성장한 힘의 원천이다.

 플라스틱 콘덴서의 생산공정은 의외로 복잡하다. 플라스틱을 마는 권취부터 프레스, 솔더, 용접, 외장, 구조검사 등 총 13회에 걸친 공정을 통해 완성품이 탄생한다. 한 공정이 끝날 때마다 매번 수작업으로 검사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수작업에 따른 불량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공장내 일자형 생산라인에서는 70개의 자동 권취기가 제각각 용량과 크기가 다른 콘덴서 소자를 쉴새없이 뿜어낸다. 여기서 나온 콘덴서는 품목코드, 작업수량, 불량수량, 양품수량별로 생산관리시스템(통합 ERP)에 자동 입력된다. 이전에는 이 과정이 수작업에 의한 종이전표로 처리됐다.

 이 회사가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지난 8월. 4개월여의 구축과정 동안 업무진단 및 분석, 프로세스 혁신, 임직원 교육, 패키지 교육·적용 및 커스터마이징 등을 거쳤다.  

 “2000년 진영전자와의 합병 후 라인통합에 따라 월 1500만대로 급증했을 때는 일일이 눈으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했지요.” ERP 도입배경에 대한 차 사장의 설명이다. 직원들 역시 “수많은 물량을 사람이 체크하려다보니 생산 및 제품관리가 부실했다”며 “ERP도입 후 PC에 생산상황을 입력만 하면 끝난다”고 업무단순화 환경을 자랑했다.

 ERP도입 후 얻어낸 경영성과는 원가절감 10%, 생산성 향상 10%, 재고감소율 25%, 결산처리시간 20일에서 10일로 단축 등 눈부시다. 특히 사측은 전체 생산량의 45%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LG전자 측으로부터 불량클레임이 현저히 준 것을 가장 큰 경영성과로 꼽고 있다.

 “1개의 수량오차도 인정하지 않는 대기업 구매패턴을 극복하는 해법은 사내 IT화, 지속적인 경영혁신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품질경영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콘덴서를 만들겠습니다.”

 성호전자는 경영과 IT의 접목 이후 국내 1위에서 세계 1위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회사소개=성호전자는 지난 73년 창업이래 지금까지 필름 커패시터 생산 한 길만을 걸어온 국내 최대 플라스틱 콘덴서업체. 2000년 진영전자와 합병 후 자본금을 50억원으로 늘리고 연간 2억4000만개 생산체제도 갖췄다. 코스닥 등록업체로 지난해 매출 148억원, 올해는 17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이상학기자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