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통대전 막올랐다](7/끝)메이커 유통간 윈윈 틀 짜야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가 상품 개발을 주도합니다. 브랜드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제까지는 제품 설계나 개발 이후에 브랜드를 생각했으나 앞으로는 브랜드를 개발한 뒤 제품 개발과 생산이 뒤따르는 형태가 보편화될 것입니다.”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이 늘상 강조하는 ‘브랜드 경영론’의 일부다. 이는 상식적인 이야기같지만 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힘 겨루기를 벌이는 가전 메이커와 유통업체 모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가전 메이커는 이미 유통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할인점과 전자 양판점, 여기에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온라인 유통·다단계 네트워크 등 새로운 유통 채널로 갈수록 메이커의 입지는 좁아졌다. 반면 온라인 유통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유통 채널 가운데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은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전 메이커는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대리점이나 직영점 망을 재정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금은 그나마 유통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수록 메이커의 힘이 분산되거나 역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자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커져있고 시장도 유통 채널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미 소비자는 삼성전자·LG전자 대리점이나 리빙·하이프라자만큼이나 삼성몰·하이마트·전자랜드 등을 통한 제품 구입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추세속에서 찾아야 하는 메이커의 해답은 바로 브랜드와 핵심 설계기술 역량 확보다. 핵심 역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외주로 돌리는데 해결의 열쇠가 있다. 가전업체 입장에서 핵심 역량은 브랜드다. 판매를 과감히 유통업체에 맡기고 기술과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이 대세다.

 우리보다 유통산업이 최소 5년 이상 앞서 있다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 유통업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변되는 가전제조업체들에도 부분적이지만 변화가 일고 있다. 지펠·디오스·파브·엑스캔버스·트롬 등 최근 일련의 제품은 회사명을 내세우지 않는다. 메이커 이름없이 팔렸지만 외산 가전에 밀리던 고급가전 분야에서 이들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유통업체 역시 과제는 남아 있다. 대부분의 유통 채널의 최대 고민은 ‘이익’이다. 팔리기는 많이 팔리는데 수익은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는 더 이상 가격만으로 승부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물류를 비롯한 유통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 극대화에 나설 때 가전 메이커와 파트너십이 이뤄질 수 있다.

 가전유통 시장은 현재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지던 메이커와 유통업체의 주도권 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치열한 다자간 경쟁구도에서 시장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길은 결국 서로의 강점을 살린 ‘윈윈’ 전략뿐이다. 윈윈전략은 서로를 인정하고 강점을 부각시켜 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다. 기술과 브랜드·디자인은 메이커가, 판매와 마케팅은 유통으로 흐르는 것이 모두에게 승산있는 게임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