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바일게임시장이 1000억원대에 이른 것은 모바일게임이 이제 명실상부한 게임산업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시장규모 1000억원은 일단 규모면에서 3000억원대의 온라인게임시장이나 2000억원대의 PC게임시장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00억원대 시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 일군 쾌거라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들의 규모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에 따른 국산 모바일게임의 경쟁력도 빠르게 향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의 해외진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 ‘빅뱅’ 배경=모바일게임 시장이 급팽창한 데는 ‘cdma2000 1x’로 대변되는 고급 휴대폰이 빠르게 보급됐기 때문이다. 1년 5개월 전부터 본격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cdma2000 1x 단말기는 이달들어 1500만대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cdma2000 1x 단말기는 이전 단말기보다 메모리 용량이 2배 이상 늘어나 모바일 게임의 완성도를 크게 높여 모바일게임 유저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700만대 가량 보급된 cdma2000 1x 컬러폰의 경우 기존의 64Kbps에 불과하던 무선인터넷속도를 144Kbps로 향상시켜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한 모바일게임까지 속속 등장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여기에 이동통신업체들이 모바일게임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워 새로운 무선인터넷 서비스 판촉경쟁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도 폭발적인 유저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길거리 이벤트, 모바일 게임대회, 즉석복권 행사 등 매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이용자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11월 들어 게임개발업체와 함께 모바일게임 최초로 TV광고를 집행하는 등 시장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미 및 전망=모바일게임시장이 1000억원대에 달한 것은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1000억원이라는 수치는 그동안 마이너시장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장성이 입증되면서 그동안 관망세에 머물러 있던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엔씨소프트, 소프트맥스 등 메이저 업체들은 기존 온라인게임과 PC게임을 모바일버전으로 컨버전해 서비스에 나섰으며 웹젠, 나코인터랙티브 등 다른 온라인게임업체들도 속속 모바일게임 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컴투스, 엠드림 등 모바일게임업체로 명성을 쌓아온 업체들도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선점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업체의 모바일게임 수요확대 경쟁도 격화돼 모바일게임시장은 그야말로 ‘빅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쟁에 따른 국산 모바일게임 경쟁력은 시장 성장세만큼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바일게임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산 모바일게임은 유럽, 북미, 일본, 중국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일본 업체들과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레이스에 돌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국산 모바일게임의 대외경쟁력이 향상되면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도 ‘수출효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넘어야 할 벽=그러나 모바일게임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인기를 모았던 많은 게임들이 일본 아케이드 게임이나 국내 지상파 방송내용의 인기 장면을 본따 만든 게임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테트리스’ ‘갤러그’ ‘보글보글’ ‘야인시대’ ‘쟁반노래방’ 등 인기 게임들은 모두 일본 게임업체나 국내 방송사에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주고 만든 것으로 매출의 10∼30%에 이르는 금액이 게임개발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로열티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업체간 치열한 경쟁 때문에 외산게임이나 방송 프로그램 라이선스 비용이 덩달아 치솟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모바일게임에서도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은 참신한 기획과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이선스 게임으로는 세계진출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