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산 D램 상계관세 부과여부 조사 전망

 미국 정부가 한국산 D램에 대해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제소한 이후 만 20일 만의 일이다.

 마이크론은 한국정부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특혜성 지원을 실시, 상대적으로 자사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D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가 유럽연합(EU)에 제소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EU에 이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D램에 대한 상계관계 부과타당성 여부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정부는 동시에 두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조사절차 및 일정=지난 1일 마이크론이 미 상무부에 제소한 이후 미 정부와 우리 정부는 20일간 양자협의를 통해 제소내용에 대한 1차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제소일 이후 20일 이내에 양자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조사개시가 결정됨에 따라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서면조사와 청문회 등을 거쳐 예비판정을 내리게 된다. 시한은 산업피해 여부에 대한 ITC 예비판정 12월 16일, 보조금률에 대한 미 상무부 예비판정 내년 1월 25일이다.

 이후 상무부는 내년 4월 10일에, ITC는 5월 25일에 최종판정을 각각 내리게 된다.

 미국에 앞서 상계관세 부과관련 조사에 착수한 EU의 절차는 조금 다르다. 지난 6월 10일의 인피니온 제소 이후 7월 15·16일 이틀간의 양자협의를 통해 7월 25일 조사개시 결정이 났다. 하지만 내달중 청문회, 내년 4월께 예비판정, 내년 8월께 최종판정 등의 일정이 잡혀 있어 최종판정은 미국보다 다소 늦다.

 ◇뭘 조사하나=어떤 것을 조사할지를 두고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사전조율을 벌인 결과 당초 마이크론의 주장과 달리 조사대상 제품의 범위에서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제외됐다.

 이밖에도 조세감면제도 중 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 구조조정 특별세액 공제 등을 조사범위에서 제외하는 성과를 올렸다.

 결정된 조사대상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으로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공장, 하이닉스의 오레곤주 유진공장은 제외됐다. 조사대상의 기간은 2001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다.

 미국측이 제기한 조사대상 보조금은 하이닉스와 관련해선 신디케이트론, 회사채신속인수제도, 2001년 5월과 10월 실시된 금융지원 등의 채권단 지원을 비롯해 연구개발보조금, 각종 정책자금 등이다.

 삼성전자에 관해선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금감면, 연구개발보조금, 각종 정책자금 등이다. 이 중 정책자금에는 정보화촉진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산업기술개발자금,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주택기금, 방위사업진흥기금 등이 포함된다.

 한마디로 말해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원에 정부가 개입됐는지, 삼성전자에 지급된 정책자금에 특혜금리는 없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우리 업계에 영향 미칠까=EU와 미국의 상계관세 조사로 당장 우리나라 D램 산업이 타격을 입을 만한 가능성은 없다. 그동안 반도체와 관련해 국가간 맞대결은 비일비재한 일인 데다 최종결정이 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번 일과 관련해 미국 투자전문기관들도 마이크론의 제소는 일회성 액션에 불과하며 법률적인 문제인 만큼 법률가만이 관심을 가질 사항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분석가들도 EU와 미국정부가 특혜의 이유를 들어 지적하는 우리 정부의 지원이 EU,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정부지원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설령 우리나라 업체에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미국 공장을 통한 수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우려할 바는 아니며 시장판도변화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파괴력도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증권의 최석포 수석연구위원은 “결론적으로 말해 인피니온과 마이크론의 제소는 엄포용으로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이 문제를 따지고 든다면 EU와 미국 정부와 관민공동기구의 지원도 문제삼을 수 있어 형평성면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