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미국경제연구소인 네이단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게임산업에서 창출된 노동인력은 22만명이었으며 이를 통해 정부는 90억달러의 신규 세원(稅源)을 확보했다. 또 각종 연구소와 기관들은 게임이 이미 영화 등을 제치고 미국인이 가장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 부상했으며, 가장 비전이 밝은 산업이라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미국 게임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지는 못하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PS)2의 소니를 비롯해 반다이, 세가, 코나미 등 일본 게임업체들이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실적을 올리며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시장규모가 가장 큰 게임플랫폼인 비디오콘솔게임부문에서는 일본 게임업체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게임업체들이 분발, 세계 게임시장의 장악을 노리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업체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게임시장에 PC게임타이틀 출시를 통해 발을 들여놓은 후 지난해 11월 미국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콘솔게임 시장에 X박스 출시를 통해 진출했다. 그동안 세계 비디오콘솔게임 시장을 장악해 왔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업체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비록 1년이 지난 현재 미국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MS 자체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MS의 카메론 페로니 X박스 이사는 “일부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MS인데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초 사업을 시작하는 지난해 11월부터 내년까지 900만∼1100만대의 게임기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었으며 현재까지는 이런 계획이 순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지난해 11월 시장 진출 이후 지난 6월까지 240만대의 게임기와 1020만개의 게임타이틀을 판매했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사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의 메이저 게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게임분야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져 매년 축구·농구·야구·골프·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게임을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스포츠게임업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도 심즈 시리즈와 커맨드앤드퀀커 시리즈로 명성을 높이 쌓았으며 지난해부터는 해리포터와 같은 대작영화를 게임으로 제작해 내놓으며 계속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EA는 특히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이미 PC게임을 비롯해 비디오콘솔인 PS·PS2·X박스·게임큐브 그리고 휴대형 게임기인 게임보이어드밴스용 게임을 개발해 배급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게임업체인 오리진을 지난 2000년에 인수해 온라인게임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EA는 지난 2분기(4∼6월)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80% 이상 늘어난 3억3190만달러를 올리며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사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EA와 비교해 시장점유율과 명성 등이 다소 떨어지지만 액티비전도 대작타이틀을 여러편 소유한 세계적인 게임업체다. 액티비전은 EA와 사업진행방식이 매우 유사해 PC와 PS·PS2·X박스·게임큐브·게임보이어드밴스 등의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액티비전과 함께 테이크투인터랙티브도 성인용 게임 ‘그랜드테프트오토(GTA)’시리즈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 게임업체다. 특히 지난 10월말에 나온 GTA의 최신버전인 ‘바이스시티’는 미국에서 첫날 50만카피가 판매됐으며 이달 초에 유럽시장에 출시돼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세계 온라인게임시장 석권을 노리는 미국업체로는 ‘울티마온라인’의 오리진을 인수한 EA와 함께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를 들 수 있다. SOE는 지난 2000년 세계 최초의 3D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인 ‘에버퀘스트’를 개발한 배런트를 인수하며 온라인게임시장에 진출한 업체로 지난 2년여간 개발한 역작을 내년에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앞으로 활동이 주목된다. 주요 출시예정작을 보면 내년 2월에 ‘에버퀘스트’의 PS2판인 ‘에버퀘스트 온라인 어드벤처’ 출시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에 슈팅 온라인게임인 ‘플래넷사이드’와 루카스아트와 공동으로 개발해 이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게임 ‘스타워즈 갤럭시스’를 각각 서비스할 계획이다. SOE의 존 스메들리 사장은 “PC게임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며 “특히 롤플레잉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이 계속 등장, 온라인게임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며 그 중심에 SOE가 서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로 한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블리자드도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로 빼놓을 수 없다. 블리자드는 올해 자사의 역작인 ‘워크래프트’의 세 번째 버전을 출시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로 특히 내년에 게임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세계 최강 자리를 넘보고 있다. 블리자드는 내년 초에 자사의 PC게임인 ‘로스트바이킹스’ ‘로큰롤 레이싱’ ‘블랙손’ 등을 휴대형 게임기인 GBA용으로 개발해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며 또한 ‘스타크래프트’를 PS2용으로 개발해 선보일 방침이다. 아울러 ‘워크래프트’의 온라인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내년 하반기에 베타테스트에 들어갈 계획이다.
블리자드는 모든 게임플랫폼에서 정상을 노린다기보다는 PC게임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리자드의 폴 샘스 부사장은 “블리자드는 어디까지나 PC게임업체”라며 “비록 다른 플랫폼의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꾸준히 전략과 롤플레잉 PC게임을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업체들
전세계에서 게임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을 포함,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한판 대혈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에는 한국의 게임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로는 엔씨인터렉티브를 들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현지법인인 엔씨인터렉티브는 지난 2000년에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됐다. 지난해에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진을 대거 영입하면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5월부터 ‘리니지’를 현지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현재 2500여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다. 엔씨인터렉티브는 또한 차기 야심작인 SF 팬터지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인 ‘타뷸라 라사’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리니지포에버’ 등 다양한 작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엔씨인터렉티브의 로버트 게리엇 지시장은 “‘리니지’는 한국에서 개발된 지 2년이 지난 후 미국시장에 소개돼 게임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는데는 한계를 보였다”며 “‘타뷸라 라사’를 필두로 매년 2∼3개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시장 석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게임업체인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앞선 지난 97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인 넥슨USA를 설립하고 온라인게임 사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바람의 나라’의 영문판인 ‘넥서스(Nexus) TK’를 98년 7월부터 그리고 ‘어둠의 전설(Dark Ages)’과 ‘택티컬 커맨더스(Shattered Galaxy)’를 각각 99년과 2001년부터 상용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되지 않아 현재 4만5000명에서 7만명 정도의 회원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 넥슨은 앞으로 출시할 작품들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타그램인터랙티브(PI)도 지난해말 캘리포니아 그랜데일에 지사인 PIUSA를 설립했다. PI가 일본, 영국,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세운 PIUSA는 미국의 게임배급사인 게더링오브디벨로버의 CEO였던 로버트 웨스트 모어랜드를 지사장으로 영입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X박스용 게임타이틀인 ‘판탐크러시(Phantom Crash)’를 지난 12일에 발매해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앞으로 ‘크루세더’ ‘듀얼리티’ ‘판탐크러시 PC버전’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댄스시뮬레이션게임기인 ‘펌프’로 잘 알려져 있는 아케이드게임업체인 안다미로도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인 안다미로USA를 운영하고 있다. 안다미로USA는 일본게임업체인 캡콤USA의 핵심인력이었던 세틴더 부타니와 스티븐 블라츠피엘러 등을 영입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로 안다미로가 개발한 게임을 미국을 포함한 북중남미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시장에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안다미로USA는 북중미지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펌프’열기를 데우고 있다. 안다미로USA의 제임스 고 사장은 “비록 미국 아케이드게임시장이 침체기를 보이고 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며 “올해는 3000대 가량의 ‘펌프’를 판매했으며 내년에는 1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모바일 및 웹게임 개발사인 마리텔레콤이 최근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세우고 사업 전개방향 등을 모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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