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독점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고수해왔던 지역 교통카드 사업이 줄줄이 문호를 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 하나로교통카드 사업권자인 한국정보통신이 이미 사업부문을 분사, 외부 매각키로 공표한데 이어 13개 지자체의 공동 사업권자인 케이비테크놀러지도 전남지역을 시작으로 카드사들의 후불 교통카드 시장진입 협상을 확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교통카드시장은 향후 전국 호환과 서울시 독자카드 노선이라는 큰 변수가 잠재해 있는 가운데 신규 진입비용을 대가로 한 기존 사업자들의 시장개방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비테크놀러지(대표 조정일)는 출자사이자 전자화폐 전문업체인 마이비와 공동 확보한 13개 지자체의 독점 사업권을 주요 신용카드사들에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최근 국민카드와 제휴를 맺고 전남지역의 ‘디지털예향 전남카드’에 후불 교통카드 사업권을 열어준데 이어, 다른 지역도 삼성·LG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에 개방하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정보통신은 하나로교통카드 사업권을 분사 형태로 대외 매각키로 하고, 현재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 등과 매각협의를 진행중이다. 하나로교통카드의 경우 특정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완전히 넘기는 방식인 반면, 케이비테크놀러지는 현재 선후불 교통카드 사업권을 유지한 채 일종의 진입비용을 받고 카드사들의 추가 참여를 허용하다는 전략이다.
케이비테크놀러지는 신용카드사가 단말기 인프라 구축비용을 부담하고, 카드의 우선공급권을 확약받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에 사업권을 개방하는 대신 케이비테크놀러지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전남지역의 경우 국민카드가 이 사업에 30억원 상당의 인프라 구축비용을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일 사장은 “LG·삼성·국민 등 3대 카드사들이 현행 후불카드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면서 “전남지역은 물론 단계적으로 13개 지역 교통카드 시장에 문호를 개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3개 카드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마이비에 12억원을 출자, 동일한 지분의 주주사로 잇따라 참여함으로써 케이비테크놀러지와 전략적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LG카드·삼성카드·국민카드 등 3사가 최대 주주인 경쟁업체 에이캐시(대표 이재정)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당초 자회사나 다름없던 에이캐시 대신 마이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비테크놀러지가 최대 교통카드 시장인 서울지역 기존 사업자 인텍크산업·씨엔씨엔터프라이즈와 진행중인 물밑협상도 관심거리다. 현재 3개사는 서울과 나머지 지역의 교통카드 사업권을 서로 열어주는 방안을 적극 협의중이다. 이처럼 민간 사업자간 교통카드 시장개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향배 및 이해득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교통카드 표준화 방침과 서울시의 독자카드 노선이라는 정책적 변수가 돌출된 가운데 기존 사업자들이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