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인력은 타직종에 비해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강광남)이 과학기술 전문인력(과학자) 36명과 과학기술 준전문인력(엔지니어) 207명 등 총 243명의 근무조건을 조사한 ‘과학기술인력의 복지 현황과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학기술인력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67.33시간(전문인력), 66.06시간(준전문인력)으로 일반적인 정규직 인력(55.6시간)에 비해 10시간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규근로시간 이외에 초과근무 경험의 비율은 과학기술 전문인력 60%, 준전문인력 53.7%였으며 특히 이들 중 각각 66.7%, 58.5%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않고 시간외 근무를 해 초과근무에 합당하는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과학기술인력의 경우 직업훈련이나 능력 향상 프로그램 참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준전문인력의 경우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비율은 24.6%인 데 비해 직업훈련을 받은 비율은 7.2%에 그쳐 직업훈련에 대한 미충족 욕구가 크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문인력의 경우 자신의 임금수준에 대해 경제적 보상이 충분한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1.8%가 ‘그렇지 않다’, 11.3%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해 소득·임금에서 불만족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과 임금 외에도 근무시간과 복지후생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 전문인력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복지후생제도를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상층에 속한다는 응답은 전무했으며 중하층 이하에 속한다는 응답은 전문인력의 경우 66.6%, 준전문인력은 73.5%에 달해 사회·경제적 박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또 준전문인력의 경우 성별에 따른 주당 근로시간의 차이가 없어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여성인력에 대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여성인력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여성과학자 채용목표제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출산휴가 등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인력도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노출돼 있음을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보여줬다”고 지적하고 “연금제 도입·민간기업연구소 지원과 임금현실화 등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고용안정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