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닥터 Q&A]창업 초기 열정

 Q:창업 초기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직원들에게 충분한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열정은 차츰 사라지고 직원들은 지쳐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A:창업초기의 벤처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은 주로 자금과 마케팅에 집중돼 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괜찮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와 창업가 정신, 그리고 열정이 전부지요. 가진 것은 늘 부족하고 모자란 것은 항상 커 보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전에 이미 직원 인건비를 지급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히고 사무실 운영비를 걱정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직원 월급을 맞추려고 동분서주하는 벤처 경영진의 애처로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직원 인건비 걱정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안정적인 경영궤도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사업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는 마케팅에 전력을 쏟게 되지요.

 얼마 전 짐 콜린스라는 경영학자가 쓴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제 Good To Great)’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강렬하게 남은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Good) 회사는 많으나 위대한(Great) 회사는 드물다. 좋은(Good) 회사는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 것인지 고민하고, 위대한(Great) 회사는 버스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를 고민한다…(중략).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다라는 명제는 틀렸다.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그 기업에 맞는 사람이다.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면 그들이 알아서 고민하고 토론해서 어디로 버스를 몰고 갈 것인지 알아서 판단한다…’

 이 메시지는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한국의 경영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가 무엇입니까. 지식과 정보와 사람이 가치를 창출하는 곳입니다. 벤처 창업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바로 적합한 인재를 모으는 것이 아닐까요. 월급이 밀려도 연봉수준이 높지 않아도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인재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모두 CEO처럼 고민할 것이고 CEO처럼 아이디어를 만들고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보상’의 의미입니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더라도 고급 수준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 이상의 것이 충족돼야 합니다. 기업체 직원을 상대로 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공로를 ‘인정’하는 직장을 가장 선호하고, 63%는 ‘가볍게 등을 두들기는 것’을 의미있는 동기 유발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금전적 보상과 심리적 보상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금전적 보상으로 큰 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는 벤처기업의 경우 대기업에서 흉내낼 수 없는 파격적인 비금전적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여가를 중시하는 신세대에게 1개월짜리 배낭여행 휴가를 주거나 육아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주부사원에게 재택근무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인기있는 영화를 평일 조조할인으로 단체관람하는 것은 돈도 많이 들이지 않고 직원의 사기를 높여줍니다. ‘잘했어’ 카드를 발급해 공치사지만 기분좋게 해줄 수도 있고, 사장의 차를 며칠 빌려주는 것으로 직원들은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금전은 사실 부분적인 동기부여 방법에 그칠 뿐입니다. 동료에게 끈끈한 연대의식을 느끼고 윗사람으로부터 격려와 인정을 받는 즐거운 직장이야말로 금전보다 소중한 벤처 직원의 꿈일 것입니다.

 적합한 사람을 골라 태우고 그들과 함께 즐거운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 아주 소중한 벤처 경영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방호성 다산E&E HRM컨설팅팀장 sparkstar@dasane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