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사이 일본은 물론 미국 스웨덴의 세계적 가전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상륙해 한국시장은 세계 가전업계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이 변화 속에 국내외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 가전업계의 격전장이 된 한국시장을 외국 가전업체들의 위상 변화, 한국화, 경영, 미래전략 등으로 나눠 6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한국의 가전시장을 잡아라.’
지난 99년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폐지되면서 단순한 소비시장으로 인식된 한국시장은 이제 삼성전자·LG전자로 대표되는 가전업계가 세계 가전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외국 가전업체들도 한국시장을 다시 보게 됐다. 세계 가전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한국시장에서 읽고 주도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샤프·JVC·올림퍼스·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사의 한국 진출이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올들어서도 도시바·일렉트로룩스 등이 한국 내 투자법인을 설립, 한국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가전사는 이미 10여개를 넘어섰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력 수준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시장규모도 작지 않아 첨단 디지털 가전제품의 시험무대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숨어 있다.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의 등장으로 수요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고급 빌트인 가전시장을 겨냥한 유럽계 백색가전업체들에도 한국시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적 시장이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적 가전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과거 단순한 총판방식이 아닌 현지법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법인들의 입지와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국내 현지투자법인들은 단순히 수입·판매만을 전담하던 차원에서 탈피, 국내 기업과 본사간 협력의 틀을 제공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 변화까지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몇몇 일본 가전사의 한국법인 최고경영자(CEO)들은 본사의 경영부문 이사로 참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내 상품개발 및 마케팅에 관한 의사결정은 물론 한국시장내 마케팅비용 결재권을 넘겨받고 있다. 물론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적 시장진입에 힘입어 최근 1∼2년새 나타난 변화다.
지난해 11월 새 사령탑을 맞은 소니코리아가 올해 7000억원 매출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지난 2000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올림푸스한국도 단숨에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최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외국가전업체들이 하나 둘 한국가전시장에서 성공모델을 보이면서그동안 무관심했던 외산가전업체들도 한국시장 진출의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히타치, 니콘, 캐논, 산요 등이 대표적 업체다.
이처럼 지난 99년 수입선다변화 품목 해제를 기점으로 물밀듯이 밀려온 외산가전업체들은 한국시장을 자극해 최고의 기술과 제품의 대결장으로 키워 놓았다. 그 과정에서 고 한국시장은 어느새 세계 영상 및 백색가전을 주도하기 위해 살아남아 있어야 하는 바로미터를 제시하는 장이 되었다. 이들의 유통전략·브랜드 경영·디자인·스포츠 마케팅 전략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가전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자극제이자 밑거름을 제공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