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만산 공CD(CDR)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원산지를 속여 수입, 관세를 포탈한 업체들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에 나서 그 처리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당수 수입업체들은 일련의 조치가 특정업체만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비판을 제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보호조치=정부는 지난 4월 대만산 공CD가 덤핑수입돼 국내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것으로 최종 판정, 5년간 51.72%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또 최근 관세청은 대만산 공CD를 수입하는 중소업체들이 통관서류를 위조해 원산지를 속이거나 홍콩, 중국 등지에서 대만산 제품을 우회수입하는 등의 탈법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늘어남에 따라 업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관세청은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발업체수 및 과징금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 업체들의 관세포탈 혐의가 포착돼 1억∼6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축되는 중저가 CDR 시장=그동안 국내시장은 SKC, 삼성, LG, 이메이션 등 대기업이나 대형 외국계회사가 출시하는 고가의 브랜드 시장과 대만산 저가 제품이 중심을 이루는 벌크 시장으로 양분돼 왔다. 벌크제품은 브랜드 CD의 3분의 1 수준인 평균 200∼300원대의 저가격을 무기로 용산전자상가 등 전국의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반덤핑관세 부과 이후에도 전체 시장의 60%를 넘어서는 비중을 차지하던 벌크 CD시장도 최근 관세청의 대대적 조사로 급속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만산 CDR를 수입하는 업체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업체들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경우, 수입유통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홍콩, 중국 등지에서 합법적으로 수입하는 업체들도 통관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져 시장 대응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정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이어서는 안된다=대다수 수입업체들은 국내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의 정책에는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CDR를 생산하는 업체가 SKC를 제외하고는 전무할 뿐만 아니라 SKC조차도 최근 국내 출하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홍콩에서 저가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치가 SKC만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SKC는 홍콩 지역의 합작법인에서 제조한 저가 CD를 월 100만장 정도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등 그동안 고가 브랜드 전략에서 탈피,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수입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인 SKC마저 홍콩 등지에서 저가 CD를 들여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정부 조치의 실효성이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C의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서는 중저가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지난 9월부터 홍콩합작법인을 통해 중저가 CD를 공급하고 있을 뿐 단순 수입유통 판매는 아니다”며 “CDR뿐만 아니라 차세대 미디어로 주목받는 DVD 미디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국내 제조업체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