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5)윈윈 모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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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LSI)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외국고객이나 투자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여전히 D램업체로 보고 있고 한국에 120여개나 되는 반도체 설계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 듯합니다.”

 최근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 로드쇼를 다녀온 국내 반도체 벤처기업 사장의 말이다. ‘한국=D램 생산국’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위한 투자유치가 여간 힘들지 않더라는 설명이었다.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공회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엄청난 덩치의 D램사업에 지레 겁을 먹은 해외투자가들이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수탁생산(파운드리) 및 비메모리 분야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나타낸다.

 얼마 전 방한한 다국적 반도체업체의 한 CEO는 “위험부담이 큰 D램사업에는 전혀 관심없다”면서 “하이닉스가 비메모리사업이라도 매각하려면 먼저 사업을 분리시켜 외형을 가볍게하는 등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일군 D램 성공신화의 어두운 이면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산업 태동기인 60∼70년대 설립된 페어차일드나 모토로라, 암코 후공정 공장, 한국반도체, KEC 등은 모두 비메모리에 기반을 둔 반도체공장들이었고 인력들도 모두 비메모리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었다. LG반도체 역시 비메모리반도체가 주력 분야였다.

 하지만 80∼90년대들어 역량을 D램에 집중하면서 한국을 대표할 비메모리사업군을 발굴하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비메모리 기술인력에 대한 대우가 부실해지면서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시스템온칩(SoC) 등 점차 고도화되는 기술과 시장변화에 준비를 게을리한 탓도 컸다.

 최근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비메모리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64M D램 개발의 쾌거처럼 범산업계의 협력을 기반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동부아남반도체, 그리고 120여개의 벤처기업이 각각 D램의 그늘에서 힘겨워할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비메모리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전략제품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IC 2010의 2단계 사업과 IT SoC 기반조성사업에 대한 일대 방향전환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경쟁체제를 지원하면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협력체계의 구축이다. 이를테면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설계기술,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의 공정기술, 대기업의 설계자산(IP)과 마케팅을 유기적인 관계로 엮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의 비메모리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텔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같은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은 500여개가 넘는 기술협력업체(서드파티)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이들도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아웃소싱하고 동반자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선진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준비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사실을 되겨봐야 할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