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P 종주국 위상 `흔들`

 MP3 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중국·대만이 MP3 플레이어 OEM 최대 생산국으로 떠오르고 소닉블루·애플·소니 등 미국과 일본은 브랜드를 앞세워 종주국 한국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수출 감소는 물론 내수시장마저 탄력이 둔화되고 있어 한국 MP3 플레이어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올해 저가를 무기로 OEM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을 대신해 세계 최대 MP3 플레이어 OEM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업체들이 ‘특허분쟁’ 내분으로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중국의 약진에 한몫했다. 업계는 올해 전체 MP3 플레이어 시장의 60% 정도가 중국산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던 ‘메이드인코리아’ MP3 플레이어는 올해 3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중구 디지탈웨이 사장은 “메이저 MP3 플레이어업체들이 OEM 생산기지를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가전의 경우처럼 중국이 조만간 전세계 MP3 플레이어의 OEM 물량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국내 전문업체들이 이에 대비해 OEM 비중을 줄이고 독자브랜드로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전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소닉블루가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휴대형 오디오 기기의 대명사인 소니 등 일본 업체들마저 브랜드를 앞세워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기업들만으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MP3 플레이어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MP3 플레이어 수출은 5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6630만달러)에 비해 14% 가량 감소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OEM 단가하락 등으로 이같은 감소세가 이어져 내수없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MP3 플레이어 사업을 시작한 아이리버 해외영업 관계자는 “사업성 검토를 위해 한국 업체들의 OEM 단가를 알아본 결과 거의 마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수익적 측면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앞으로 OEM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도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특허문제, 월드컵, 소리바다 폐쇄 등 잇단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우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업계는 올해 내수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한 3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디자인 및 기술 개발을 통한 브랜드력을 쌓지 않는 한 한국 MP3 플레이어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