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IT벤처정책과 문화운동

 주제발표 :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IT벤처가 우리나라 미래를 담당할 경제의 주역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만큼 IT가 국가의 미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IT벤처정책은 지속되어야 하고 오히려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현정부의 IT벤처정책은 무분별한 벤처확대 정책과 실적위주의 벤처 육성에 의해 많은 상처를 주었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IT벤처정책은 좀더 현실에 입각해서 정비돼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분적이나마 몇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IT벤처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까지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목아래 얼마간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더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금지원은 단기적인 차원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는 시장을 열어주고 시장이 커갈 수 있도록 배후에서 지원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에 도움을 주는 것은 IT벤처들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두번째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IT벤처의 성공률이 가늠돼야 한다. 진정한 벤처와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가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누가 진정한 벤처인지 명확하게 가늠하지 못하는 혼돈의 상태에 있다. 다행히 이런 혼돈은 어느 정도의 경험으로 정리되고 있다.

 셋째로는 대기업들이 형님으로서 IT벤처 기업의 육성에 동참해야 한다. 저가 입찰제를 통해 벤처기업들을 어렵게 하거나 일회성으로 IT벤처를 이용만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부메랑이 돼 대기업에 커다란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사업참여자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환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로는 IT벤처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자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벤처의 생명은 기술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때문에 벤처들이 현재와 같이 제살깎기 형식의 경쟁을 지속한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섯째로는 IT벤처가 세계적인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은근과 끈기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IT벤처가 단기간에 안정의 단계에 들어선다면 이는 모순의 끈을 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IT벤처가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세계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계가 인정해주고 구입하는 상품이 IT벤처를 통해 양산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는 국민적으로 지원과 호응을 받는 IT벤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는 IT벤처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IT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국민적인 참여란 투자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비자인 국민이 IT벤처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IT벤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주역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미래를 여는 것은 벤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벤처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과 시장을 키우려는 IT벤처 스스로의 노력,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민적인 협조가 어우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