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연말 분위기를 느끼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캐롤이 흘러나오는 거리도 활보해보고, 친구나 연인에게 보낼 연하장도 하나 사자. 가끔씩은 조용하게 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군고구마 하나 물고 마음에 쏙 드는 비디오 한편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12월 신작 출시되는 비디오와 DVD타이틀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서부터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정통 멜로와 컬트영화, 코믹영화 등 전장르에 걸쳐 쟁쟁한 작품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대작들아, 다 모여라=올해 극장가를 강타한 흥행대작들이 줄줄이 겨울철 비디오 시장 정복에 나선다. 450만명 관객 동원으로 ‘가문의 영광’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흥행기록을 세운 ‘집으로’를 비롯해 전작의 명성을 이은 ‘맨인블랙2’,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신화를 수립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대표 기대주들.
‘집으로’는 극장 개봉 8개월 만에 비디오로 선보인다. 집으로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 작품은 김을분 할머니와 아역배우 유승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고, 흥행에 따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해 여러면에서 화제가 됐다. 특수효과로 도배한 블록버스터와 조폭영화들이 점령한 국내 영화계에 77세 할머니와 7세 손자의 동화 같은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집으로는 국내 흥행은 물론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에 판권료 23만달러에 팔렸으며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과 스페인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는 등 상복이 터지기도 했다.
DVD타이틀로 출시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DVD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통념을 깨고 200만명 관객 돌파라는 막강한 흥행파워를 보여줬다. 신들의 음식을 먹고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치히로(센)의 환상적인 모험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영화 곳곳에는 자아찾기, 환경오염에 대한 따끔한 질책, 소외된 인간의 내면 등 심오한 철학까지 담겨있다. 그림 콘티, 극장 예고편, 제작 다큐멘터리 등이 스페셜 피처로 수록돼 있다.
‘맨인블랙2’는 전편대로 베리 소넨필드 감독, 윌 스미스와 토미리 존스가 버디 주연을 맡았고 라라 플린보일이 여배우로 새롭게 가세했다. 지구밖 외계인들을 감시하는 MIB요원 제이. 케이가 떠났지만 외계인들의 감시와 관리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사악한 외계인 셀리나가 25년 전 일을 문제삼으며 지구에 들이닥치면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온가족이 함께 즐겨요=크리스마스 트리 하나 멋지게 만들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비디오 한편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스튜어트 리틀2, 아이스에이지, 곰돌이 푸:즐거운 크리스마스, 신나는 새해, 콜미 산타클로스, 메이지 시리즈, 영원한 친구 래시 등 가족 애니메이션이 다채롭다.
아이스에이지는 빙하시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기다. 맘모스, 나무늘보, 다람쥐의 캐릭터가 다채로운 흥미를 선사한다. 미국의 경우 슈렉보다 500만달러 앞선 흥행기록을 세웠으며 개봉 첫주에 무려 47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등 올해 성공한 애니메이션으로 꼽힌다.
스튜어트 리틀2는 전작에 비해 흥행성적은 아쉬웠지만 안방극장용으로는 손색없는 영화다. 전편에 비해 화려해진 그래픽과 스펙터클한 모험 액션, 러브스토리까지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리틀가의 아이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스튜어트. 자기만의 친구가 필요한 스튜어트에게 사나운 매 팔콘에게 쫓겨 상처입은 귀여운 새 마갈로가 나타난다.
비디오와 DVD로 동시출시되는 곰돌이 푸:즐거운 크리스마스, 신나는 새해는 시기에 꼭맞는 작품.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이스터 에그와 스페셜 피처와 함께 제공된다. 미녀와 야수Ⅱ: 익스텐디드 X마스와 컨트리 베어즈도 전체 관람가의 디즈니 영화들이다.
콜미 산타클로스는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따뜻한 가족드라마. 어렸을 때 산타클로스에게 소원을 빌었던 루시. 그러나 소원이 이뤄지지 않자 산타를 믿지 않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 앞에 진짜 산타인 닉이 찾아와 산타 후계자가 되어 줄 것을 요구하는데….
이밖에 꼬마생쥐 메이지의 개정판 메이지 시리즈가 6개 비디오로 출시된다. 총 52편의 에피소드를 담은 메이지 시리즈는 아이들의 감성과 영어능력을 기를 수 있는 유아교육용 판매비디오다.
◇놓치기는 아깝다=이외에도 그냥 놓치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12월에는 많다. 스콜피온 킹,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몬스터 볼, 연애소설, 신세기 에반게리온, 캣츠 뮤지컬 DVD, 피너츠 송 등은 킬링타임용 혹은 사색용으로 보기에 손색없다.
스콜피온 킹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이을 차세대 액션스타 더 록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DVD와 비디오로 동시 출시된다. 미이라에서 전갈왕으로 나왔던 더 록은 세계적 프로레슬링 챔피언의 명성답게 박진감 넘치는 실제 액션장면을 연기해 합격점을 받았다.
연애소설은 차태현, 이은주 주연의 정통 멜로. 차태현의 이미지 때문에 그저 가벼운 감성영화려니 해서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 눈시울을 적셨다. 예상을 깨고 흥행도 전국 160만명으로 성공을 거뒀다. 모두의 기억속에 숨어있는 싱그러운 스무살 시절의 첫사랑이 가슴을 적셔온다.
몬스터볼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할베리와 빌리 밥 손튼이 주연을 맡았다. 절망끝에 선 미망인과 남편의 사형을 집행한 교도관의 사랑을 그린 몬스터볼은 쇼생크탈출, 데드맨워킹, 그린마일의 감동을 이어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도둑맞곤 못살아는 소심한 가장과 잘나가는 인텔리 프로그래머의 기상천외한 대결을 그린 영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했으며 스타크래프트의 황제 임요환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피너츠송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카메론 디아즈의 후속작으로 보면 된다. 특히 카메론 디아즈가 직접 부르는 피너츠송의 가사는 번역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표현을 담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