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렌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뮤지컬 ‘렌트(Rent)’가 오는 12월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오는 12월 6일부터 1월 5일까지 한달 동안 뮤지컬 ‘렌트’를 공연한다. ‘렌트’ 무대가 한국에서 올려지기는 이번이 세번째. 2000년 한국 초연 당시에도 유료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하며 국내 뮤지컬 붐을 이끌어왔으며 남경주·최정원·이건명·전수경 등 한국 최고의 뮤지컬 스타를 양산한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렌트’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작가 조너선 라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원작으로 뮤지컬화한 것.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묘사한 ‘렌트’는 에이즈(AIDS), 동성애, 마약중독 등 파격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드라마 위주의 기존 뮤지컬과는 달리 록·탱고·발라드·가스펠·R&B 등 9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가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얻는다.

 특히 ‘렌트’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에 일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나는 ‘중산층의 정서에 맞는 내용과 휴매니티 넘치는 구성’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 이는 지금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흥행시키기 위한 철칙으로 통했다. 둘째는 저렴한 제작비다. ‘렌트’는 대작 뮤지컬의 10분의 1을 들여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막대한 물량투자와 달콤한 해피엔딩으로 대변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틀을 과감히 부순 것이다.

 여기에 힘입어 ‘렌트’는 1996년 토니상에서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또 드라마부문 퓰리처상, 연극협회상 6개 부문, 드라마비평가협회상, 오비상 3개 부문 등 뮤지컬에 주어질 수 있는 모든 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2002 렌트’는 기존과 많은 부분에서 색깔을 달리한다.

 먼저 이번 작품은 신인배우를 대거 기용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젊어졌다. 작품 자체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고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얼마나 새롭게 변신하는지가 가장 큰 관건. 기존의 스타 배우를 철저히 배제하면서 젊고 패기있는 신인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또 지난 공연에서 지적된 가사전달의 미흡함을 보완하기 위해 작품속에 나오는 가사를 모두 새롭게 재구성, 관객에게 명확한 의미전달이 이뤄지도록 했고 700석 규모의 토월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더욱 친숙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띈다.

 패기와 힘이 넘치는 ‘젊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뮤지컬 ‘렌트’가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사뭇 궁금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