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 문을 연 산업연구원은 국내외 산업기술과 관련된 각종 동향과 정보를 수집·조사하고 이를 연구해 국가 정책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을 맡고 있는 양현봉 박사는 올해로 중소기업 현황분석과 정책입안을 위한 연구에만 18년을 매달려온 베테랑으로 통한다. 열정으로 가득찬 청년기부터 시작해 근 20여년의 세월을 한 분야 연구에만 몸바쳤다. 88년 연구원 내에 중소기업실이 처음 생겼으니 조직체제가 마련되기 이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셈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측정과 변동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중소벤처 관련 논문과 연구보고서만해도 30여편. 이것도 작은 기고나 소논문들을 제외한 숫자다.
얼마전 그는 중소기업의 구조전환과 정책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외환위기를 전후한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의 구조변화를 지적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뼈아프게 진행했던 구조조정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무척 큽니다. 특히 제조업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구조변화와 새롭게 떠오른 기업 형태로서 벤처기업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는 같은 보고서에서 취약한 재무구조와 자금난, 취약한 기술개발능력, 정보화 수준의 미흡, 여건변화에 따른 적응력 부족 등을 지적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회사발전 목표와 추진전략,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전략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M&A와 해외 진출에 대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관련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전문 연구자들이 드문 만큼 이번 보고서는 값진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평가에 대해 “20여년간을 연구해 왔지만 이제 겨우 나만의 독자적인 관점과 시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겸손해 한다.
최근에 그는 별명 하나가 늘었다. 중소벤처기업가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각종 강연에서 신바람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 경기악화와 잇따른 악재로 침체된 벤처업계 관계자들에게 잠시나마 생기와 활력, 웃음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물론 이런 웃음의 이면에는 그가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벤처와 관련해 수많은 강연이 열리고는 있지만 그 반응을 보면 대다수 청강자들은 따분했다거나 별로 얻어가는 게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생생한 사례와 재치있는 표현이 이들 청강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의사전달 수단이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양 박사의 표현은 이를 위해 ‘점잖은 연구자’이길 과감히 포기한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