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문화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11월 수상작으로 온라인게임 ‘네이비필드’, 모바일게임 ‘한국프로야구’, PC게임 ‘키즈퀘스트’ 등이 각각 선정됐다.
에스디엔터넷이 개발한 ‘네이비필드’는 해상전투라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으며 컴투스의 ‘한국프로야구’는 실제 야구를 재현한 게임의 완성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룬스튜디오의 ‘키즈퀘스트’는 게임 특유의 재미에 영어교육 효과를 더해 교육용 게임부문 첫 수상작으로 뽑혔다.
◆에스디엔터넷-네이비필드
‘평범한 것을 거부한다.’
출범 1년 6개월을 갓 넘긴 에스디엔터넷(대표 조상현)은 심지가 곧은 게임개발업체로 통한다. 회사 설립 당시 내세운 ‘개척정신’을 줄곧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4월 기존 온라인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로 온라인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온라인게임 시장에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중세 팬터지풍의 롤플레잉게임 개발을 완전히 거부한 셈이다.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작으로 선정된 온라인 해전게임 ‘네이비필드’가 탄생하게 된 것도 바로 이같은 개척정신에서 비롯됐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이비필드’는 해전을 게임소재로 삼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게이머는 무기부터 승무원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함대를 구축해 해상 포격전에 나선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2차 대전 때 사용된 함선이 그대로 재현됐으며 포격에 리얼리티를 살려 실제 전투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대일 포격전은 물론 최대 128대의 함선이 동시에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이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로 ‘네이비필드’는 지난해부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1년 신소프트웨어 대상에서 게임엔진이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가 하면 비공개 시범서비스 기간에 홍콩,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수출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스디엔터넷은 일종의 모험을 선택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했다. 참고할 만한 게임이 없어 비공개 베타테스트만 1년 이상 끌어야 했고, 공개 시범서비스에 돌입한 지 한달 만에 서버 초기화(리셋)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물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니아 성향이 짙은 게임이라 유저가 쉽게 늘지 않아 적지 않은 속앓이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일단 맛을 들이면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지 않는 높은 충성도로 유저들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현 사장은 “국내 밀리터리 게임 마니아들이 속속 네이비필드로 모여들면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남미 등지에서 이 게임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면서 많은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다.
조 사장은 “이번에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것은 에스디엔터넷의 참신한 기획력과 높은 기술력을 공인해준 것이라 매우 기쁘다”며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게임개발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컴투스-한국프로야구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컴투스(대표 박지영)는 ‘모바일게임 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지난 9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50여종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했기 때문이다.
2년 남짓한 시간동안 한달에 두개꼴의 신작을 발표해 온 셈이다. 물론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모바일게임 최다 개발업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이 2년 남짓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대 규모로 급팽창한 것도 컴투스가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컴투스는 올들어 보다 왕성한 개발에 나서 20여종의 게임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컴투스는 올해 매달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모바일게임 업체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3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작으로 뽑힌 ‘한국프로야구’도 컴투스가 올해 출시한 무수한 신작 가운데 하나다. 야구를 소재로 한 이 게임은 휴대폰용 모바일게임이지만 PC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완성도로 모바일게임부문 후보작으로 오른 다섯편의 작품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프로야구 실제구단과 선수명, 실제 경기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해 사실성을 더했으며 투구·타격·수비 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트레이드, 엔트리 변경 등 실제 야구에서 벌어지는 변수를 게임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다. 컴투스가 그동안 축적해 온 모바일게임 관련 기술력과 기획력이 응집된 작품이 바로 ‘한국프로야구’인 셈이다.
컴투스의 앞선 기술력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유럽 등지로 진출한 컴투스의 모바일게임이 최근 잇따라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는 것. 일본 이동통신업체 KDDI의 무선 포털 가운데 컴투스가 운영중인 모바일게임 포털이 지난달 회원수에서 일본 유수 게임업체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3종이 유럽 보다폰 모바일게임 인기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컴투스는 이를 바탕으로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중국, 동남아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박지영 사장은 “해외에서 컴투스의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캠콤, 남코, 타이토, 코나미, NEC 등 일본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해 얻은 성과라서 더욱 값지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모바일게임 세계 일등 기업으로 컴투스의 위상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룬스튜디오-키즈퀘스트
게임개발업체 룬스튜디오(대표 방유석)는 게임업계에 ‘다윗 신드롬’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자본금 3억원에 직원수 15명에 불과한 그야말로 벤처기업이지만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지금까지 딱 두편의 PC게임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아동용 게임 ‘엄마 다녀오겠습니다’로 데뷔한 이후 최근 교육용 게임 ‘키즈퀘스트’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화제작’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우선 처녀작 ‘엄마 다녀오겠습니다’는 아동용 게임으로는 드물게 롤플레잉 장르를 도입한 데다 ‘심부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게임 스토리로 삼아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깔끔한 그래픽까지 더해 한 때 ‘학부모들이 권하는 아동용 게임’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키즈퀘스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린이 영어학습과 인성교육을 목표로 제작된 이 게임은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 대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기도 하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처럼 롤플레잉 장르를 표방한 이 게임은 유저가 미션(심부름)을 수행하면서 게임속 캐릭터와 영어 지문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영어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9개의 미니게임도 즐길 수 있으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영어학습의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윤선생 영어교실 연구팀과 소아심리학 전문의도 게임개발에 참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게임의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작품이다.
이달부터 새로 신설된 교육용 게임부문 첫 수상작으로 이 게임이 선정된 것도 이같은 참신한 기획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달 초 출시된 이 게임은 PC게임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불과 보름만에 3만장 이상의 판매액을 올리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윤선생 영어교실과 게임 유통계약을 체결하면서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룬스튜디오가 짧은 연륜에도 주목받는 것은 ‘틈새시장’으로 불리는 아동용 게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키즈퀘스트’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앞으로 시리즈물로 출시해 ‘스테디셀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PC게임 제작으로 쌓은 개발력을 바탕으로 교육용 온라인게임도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방유석 사장은 “키즈퀘스트는 교육용 게임은 재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라고 소개한 뒤 “앞으로도 게임의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절묘하게 배합하는 색다른 모험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