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17)ML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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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에서 세계 최강으로’

 국내 종합부품업체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2007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1조50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약 2690억원의 MLCC 실적을 올려 세계 시장의 5%를 점유하고 있지만 5년 뒤엔 최소 40% 이상을 차지, 무라타·교세라 등 일본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MLCC 시장의 판도를 뒤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MLCC는 휴대폰에 150여개, 노트북에 300여개 등 전자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범용 핵심 부품. 기능적으로는 해당제품이 필요로 하는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계시장 규모로는 약 40억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MLCC는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자 미래 수종 사업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고용량·초고적층의 MLCC 선행 연구 개발에 모든 경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은 동(Cu)전극의 MLCC 상용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팔라듐이나 니켈 전극제품이 갖던 저항(ESR·등가직렬저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초저저항의 MLCC.

 원래 ‘동’은 저항과 용량 변화가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타금속보다 낮은 녹는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고온에서 쉽게 산화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도의 제조기술이 없이는 MLCC 전극으로 적용이 불가능한 소재였다. 그렇지만 삼성전기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000도 이하의 저온 소성기술과 원자재 조성 기술을 독자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물론 특허도 출원했다.

 특히 동전극의 MLCC는 IMT2000·블루투스 등 고주파 통신기기 시장이 새롭게 형성됨에 따라 등장한 신제품으로 기존 MLCC보다 10배 이상 비싼 고가의 기술집약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삼성전기는 또 22uF MLCC의 조기 양산체제를 구축, 고용량의 MLCC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제품의 원자재비용은 기존 MLCC와 유사하지만 판매가는 60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특히 초박층 성형시트(6um)를 400층 이상 정밀하게 적층, 탄탈·알루미늄 전해콘덴서에 비해 ESR가 낮아 커플링(Coupling)회로·바이패스(Bypass)용 회로·정류회로에서 노이즈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갖고 있다.

 삼성전기는 내년 휴대폰의 다기능화·컬러LCD 채택·펜티엄4 출시 그리고 DVD플레이어·홈시어터 등 디지털가전 등의 성장으로 MLCC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디지털화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양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고용량 제품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술력 제고를 위해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산학 프로그램과 해외 박사과정 파견제의 활성화를 통해 내부 인력의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중앙연구소에 ‘선행기술 개발팀’을 운영, 차세대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등 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성형·인쇄·적층·소성 등 고난도의 생산기술 노하우를 습득하겠다는 것. 특히 나노 파우더(Nano Powder) 분산 기술·초박막 시트형성 기술 등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 중이며 미래 핵심 기술인 나노니켈 전극을 채택한 MLCC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벽한 품질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해 해외와 국내사업장의 품질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통합 품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6시그마 활동을 더욱 강도 있게 전개할 계획이다.

 영업 조직의 고객 및 시장 중심 재편과 해외 판매 거점 확대를 추진하는 등 영업 인프라 강화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노동집약형 해외 생산라인의 자동화를 확대하고 파우더의 내제화 확대를 통해 원가 절감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30% 수준의 파우더 내제율을 2004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강호문 사장은 “단순한 원가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사업장들은 2∼3년 내 한계에 도달하고 말것”이라며 “현지 거점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장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2007년까지 세계 1등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초일류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무라타제작소. 일본 무라타는 지난해 MLCC 세계 시장점유율 43%를 차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가 16년의 MLCC 역사를 갖고 있는 반면 무라타는 한 세대인 30년의 역사를 지닌 유수 부품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전자부품 업체로선 최고 수준인 매출 대비 6∼7%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상품개발은 물론 재료·생산설비 개발에 3분의 1씩 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다. 수십년간의 재료와 공법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신속하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무라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기술로드맵과 시장로드맵을 작성해 MLCC 등 제품시장 동향을 사전에 예측, 단기간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개발완료 즉시 양산체제에 돌입할 수 있도록 생산설계 개발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이같은 미래시장을 꿰뚫는 예측 능력으로 무라타에서 차지하는 MLCC 등 신제품 비율은 약 30%에 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러한 비율을 계속 유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세라믹을 기본으로 한 전자 부품사업에 중심을 두고 관련 부품 사업에 경영 자원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무라타는 또 향후 전자제품에서 고주파 영역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라타는 이에 따라 대용량 MLCC는 물론 고주파용부품·디지털화에 대응하는 소음 대책 부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근거리 무선통신 시스템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주파수대의 고형 고주파 모듈 개발에도 사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나노급의 초박막미세가공기술과 테라㎐급의 고주파 대역을 다루는 기술 개발도 서두르고 있으며 환경을 배려한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는 등 세계 1위 자리 고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MLCC시장의 1위 자리를 차지하려는 삼성전기와 이를 사수하려는 일본 무라타간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언제 끝날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강호문 사장(52)은 지난 3월 이형도 전 대표에 이어 국내 최대의 종합부품업체를 이끌고 있는 삼성의 맹장이다. 지난 75년 삼성전자 반도체(부천)에 첫 입사한 이래 27년간 반도체·컴퓨터·네트워크 등 핵심 사업부의 임원을 두루 거친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의 ‘삼성맨’이다.

 강 사장의 이같은 화려한 이력은 재임 초기 시절 오히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세트 제품의 성격이 짙은 사업부에만 몸담아왔는데 과연 부품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 것. 실제 강 사장도 이를 내심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러한 우려감을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강 사장이 취임 후 칼을 빼든 것은 비대해진 사업의 체질 개선이었다. 그는 부품의 단가 하락세을 극복하기 위해 고수익 위주로 주력 제품을 편성하고 전해콘덴서·세라믹필터 등 장래 사업비전이 떨어지는 제품들은 과감하게 정리, 원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모든 경영활동의 판단기준으로 삼아 고밀도 기판·적층세라믹콘덴서·광픽업 등 3개 품목을 2007년께 일류 제품의 반열로 육성하는 데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19% 늘어난 1215억원을 기록했다. 환율변동 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영업 이익률이 증가한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고도화,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4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강 사장은 카리스마적인 기질과 꼼꼼한 일처리로 느슨한 업무 의식에 일대 개혁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무라타제작소 야스타카 무라타 사장.

 무라타제작소 수장은 야스타카 무라타(55). 그는 미국 뉴욕 대학교에서 품질분석학을 전공한 뒤 72년 무라타제작소에 입사했다. 창업 2세인 그는 30여년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기전자 부품 관련 기획·생산·영업을 두루 거친 멀티플레이어다.

 야스타카 무라타 사장은 일본에 MLCC관련 2개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신제품 개발·고객만족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신흥 경쟁업체가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삼성전기라는 경쟁자가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일대회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공급자 위주의 사업전략에서 탈피해 수요자 위주의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한국을 비롯 전세계에 위치한 현지 공장과 영업 법인에 본사 인력을 대거 파견하고 있다.

 또 고가의 초소형 고성능 제품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저가품의 경우 경쟁이 너무 치열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최근 0.6×0.3㎜ 초소형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저ESL 커패시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재에서 생산까지 부품업체로서의 공급망관리(SCM)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한 신속한 의사 결정·마케팅·생산개선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업무 효율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야스타카 무라타 사장은 “정보통신시장의 침체로 세계시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며 “그러나 이러한 시기야말로 기업활동을 하는 데 있어 모든 측면을 정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