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구조조정안 투신권은 "조건부 수용"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안 최종 수용 여부 확정과 관련해 투신권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도이체방크가 제시한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안에 대해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와 주채권은행 등이 수용의사를 밝힌 데 반해 투신권은 출자전환 방식 변경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수용의사를 나타냈다.

 이 중 시가 기준 출자전환은 하이닉스 주식으로 출자전환해야 한다면 기준금액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제시한 주당 708원이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하이닉스의 주당 주가가 450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출자전환 기준을 확정금액에서 시가로 변경할 경우 투신권을 포함한 전체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하이닉스 주식 수는 확정금액 대비 60% 가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추후 균등감자를 실시하더라도 늘어난 주식비율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투신권은 특히 시가 기준 출자전환의 근거로 지난 4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하이닉스를 매각한다는 전제 아래 외환은행이 내놓은 구조조정안에 시가 기준 출자전환 내용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투신권이 제기한 조건 수용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절충안을 마련해 1∼2주 안에 하이닉스 구조조정 방안의 동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신권은 지난 4월 마이크론 대상의 하이닉스 매각 양해각서(MOU) 동의와 관련해 반대입장을 밝힌 점을 미뤄 이번에도 강력히 반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투신권의 조건에 대한 절충안만 마련되면 예상외로 빠르게 구조조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높다.

 투신권 관계자는 “당시에는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해 투신권이 반대입장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채권기관간 윈윈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권은 이번주 중 외환은행이 출자전환 등 세부방안을 통보해오면 투신사간 대책회의를 갖고 의견을 조율한 후 내주 중 열리는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외환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조흥은행·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조속한 마무리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다음주 초 채권단 운영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서면결의에 착수, 12월 초순 이전에 동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