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전파 방송정책의 평가 및 향후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주파수 경매제 도입과 관련, 학계와 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학계측은 주파수 경매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반면 업계측은 부작용을 우려해 제도보완과 정책검증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마련한 ‘전파·방송정책의 평가 및 향후 정책방안’은 주파수에도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날 토론에서는 정책방향 자체에 대한 이론이 없었으나 주파수 경매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이 강력히 제기됐다.
◇정책방안 주요내용=주파수 할당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면 주파수 경매제가 필요하고 주파수를 사고 파는 거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미 할당한 주파수의 경우 향후 대가할당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주파수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주파수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
할당 절차를 간소화해 전파관리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미래 이동통신 고도화에 수반되는 핵심기술과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5대 전파통신기술 과제를 선정해 집중 개발한다. 전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디지털방송 조기정착을 위해 HDTV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을 확대하며 유선방송을 통한 재송신제도도 확립한다.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보급률을 오는 2007년까지 50%(900만 가구)로 끌어올린다. 난시청 지역에서는 건물 신축시 디지털방송용 공시청 안테나 설치를 의무화한다.
통신·방송융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통신·방송 정의와 사업자 분류제도를 개선하며 융합형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주파수 경매제 핫이슈=토론회에선 주파수 경매제를 놓고 학계와 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학계에선 주파수 경매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업계에선 부작용을 우려, 제도보완과 충분한 정책검증을 거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성훈 서강대 교수는 “주파수 경매제는 주파수 자원배분에 경제적인 원칙을 도입하는 흐름에 적합한 제도”라면서 “주파수 이용권 부여와 사업 허가는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도 “주파수 경매제가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 실패했으나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면서 “경매대금 부담이나 자금력 있는 재벌에 자원이 집중된다는 우려도 국내 통신사업자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종석 KT 팀장은 “심사할당이나 대가할당 모두 장단점이 있어 조기에 사업화해야 하는 서비스에 서둘러 적용할 경우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규할당시엔 주파수 기사용자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해야 하며 굳이 도입한다면 미국의 동시다회전경매방식(SMRA)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윤관 LG텔레콤 상무는 “경매제 도입 이전에 기존 심사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며 자본력이 모든 것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수용 SK텔레콤 상무도 “일시출연금·연도별출연금·전파사용료 등의 대가를 지불해왔기 때문에 사용중인 사업용 주파수의 대가할당 방식으로의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