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새로운 IPv6 패러다임과 표준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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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정보통신의 패러다임은 지금처럼 책상 위 PC의 네트워크화뿐만 아니라 TV, 게임기, 휴대형 단말기, 카내비게이터, 센서 등 모든 정보기기들까지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대용량의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소위 유비쿼터스컴퓨팅 시대를 향해 나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IT강국들도 이미 유비쿼터스 개념을 미래 IT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고, 해당 기술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야심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화의 중심에는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6)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IPv6 기술은 IT 선진국가들 대부분이 전략적으로 중요시하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로서 유비쿼터스 환경과 맞물려 21세기 정보통신의 새로운 패라다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IPv6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네트워크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고품질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개념과 일맥 상통한다. 다시 말해 유비쿼터스 환경은 IPv6를 통해 실현될 것이며 나아가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이용자 측면에 이르기까지 IPv6 패러다임은 IT 기반구조를 바꾸는 일대 혁명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IPv6의 핵심 개념은 현재 32비트 주소체계를 사용하는 IPv4 기반의 인터넷을 보완해 128비트 주소체계를 채택함으로써 조만간 닥쳐 올 인터넷 주소고갈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거의 무한정의 주소사용을 보장한다. 동시에 서비스 품질 지원, 보안기능 제공, 이동성 제공 그리고 주소 자동설정 기능 등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인터넷 환경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IPv6를 채택한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 차세대 단말기,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멀티미디어 응용서비스와 인터넷 비즈니스 등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폭발적인 신규 수요와 시장 창출을 불러올 것이다.

 현재의 IPv6 기술은 이제 막 핵심기술의 표준화를 끝내면서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다. 우리는 과거의 교훈에서 미국이 현재의 인터넷(IPv4) 선점을 통해 인터넷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누려온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지금이 IPv6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시장과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국내적으로 발빠른 IPv6의 도입 및 국가 활성화 전략과 함께 국제적으로는 핵심기술 표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Pv6 연구를 상당히 일찍부터 착수해 왔으나 IPv6 핵심기술 개발과 IPv6의 본격적인 도입을 지원할 구심점 부재와 함께 상용 서비스의 개발 및 보급과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부족 문제가 IPv6 상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내 IPv6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 강국 건설을 위한 IPv6 활성화 계획’을 수립중이다. IPv6 활성화 계획(안)에는 IPv6의 조기 활성화가 곧 차세대 IT 강국으로서의 주도권 선점과 직결된다는 인식과 그에 따른 IPv6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일관되고 강력한 IPv6 활성화 의지 및 정책적 지원과 관련 기관들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조만간에 IPv6 분야에서의 주도적 위상을 확립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수 년 전부터 IPv6 활성화 정책을 통해 WIDE 프로젝트 및 KAME 프로젝트 등과 같은 대규모의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IPv6 핵심기술의 개발 및 다양한 시범서비스의 운영과 상호 운용성 시험 등의 성과를 거두면서 IPv6 분야에서 이미 가장 앞선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으로 IPv6 프로모션 협의체(promotion council)를 구성하고 이미 개발된 인프라 기술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IPv6 활성화를 위한 장기플랜 제시와 세제 혜택 등 일본 정부의 지원 노력은 우리나라의 IPv6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이제 우리 정부도 IPv6 활성화의 구체적이고도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것은 IPv6 조기 도입과 상용화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IPv6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IPv6 핵심기술의 습득과 함께 라우터 및 변환장치와 같은 핵심 장비의 조기 개발이 중요하다. 또 IPv6 망으로의 진화와 우선적인 시범 서비스의 발굴 및 시행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Pv6 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의 확대와 IPv6 서비스 도입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다. 또한 IPv6의 국제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국내, 국제 상호 운용성 시험 참여 및 인증획득이 필수적이다. 결국, 일관되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국제 및 국내 표준화 활동 활성화와 이와 연계한 적극적인 국제 지적재산권 확보’ ‘IPv6 핵심기반 및 응용기술의 개발’ ‘상호 운용성 시험을 통한 국내 및 국제 상호 운용성 확보’ ‘시범 및 상용 서비스 발굴 및 보급’ 등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돼 추진되느냐가 IPv6 도입 및 활성화 의 관건이다.

 IT분야에서는 핵심기술에 연계된 규격과 표준이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 인터넷 기술분야의 대표적인 국제 표준화 기구인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의 국제표준 문서인 RFC(Request for Comments)가 지난 16년 동안 3300건 정도가 등록됐지만 대부분이 미국 기업들에 의해 작성된 것이다. 이처럼 IT 종주국의 전유물로 여겨진 인터넷 국제표준에 최근 우리나라가 제안한 ‘IPv6 호스트 변환기술(기술명 Bump-In-the-API)’이 당당히 RFC 3338이라는 차세대인터넷 기술관련 국제표준으로 채택, 공표된 것은 IPv6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알리는 가시적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표준화 지원과 IPv6 기술개발관련 지원 정책 그리고 이 분야 국내 전문가들의 차세대인터넷 기술 관련 국제표준화에 대한 부단한 노력과 이를 토대로 한 국제표준화 전문가 양성 및 표준화 기술 축적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IPv6를 기반으로 사회 전반의 구성요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도래할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한 정부의 법제 및 제도 정비도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 새로운 IT시대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장·단기적 준비와 대응은 우리나라를 명실공히 차세대 IT 패권 국가로 발돋움시킬 것이다. 바로 지금이 그 꿈과 희망을 차분히 계획하고 실천할 때이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센터장 kipark@etri.re.kr>

■정부의 IPv6 표준화 전략

 IPv6 국제표준화는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IETF는 인터넷 관련 표준화를 위해 그 산하에 9개의 기술영역(area)을 두고 각 영역 내에 여러 개의 워킹그룹(WG)으로 나누어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다.

 IPv6 기술 관련 표준화는 IPv6 WG, v6ops WG, DNS WG, DHC WG, 모바일 IP WG 등 여러 WG에 걸쳐 진행된다. IPv6 분야에서 우리가 표준강국, 기술강국의 위치에 서기위해 어떤 표준화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센터가 이루어낸 국제 표준인 RFC 3338 채택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표준화 추진 분야를 살펴보면 정부의 IPv6 조기 지원정책에 힘입어 IPv4·IPv6 변환기술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들과 비교해 대등한 기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RFC 3338이 그 성과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현재 IPv6의 분야별 적용과 서비스 도출 및 운영과 관련된 영역은 추가적인 표준화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표준화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가 적극적인 자세로 국제 지적재산권 확보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향후 IPv6가 유무선 통합, 정보가전 및 홈 네트워킹 분야 등 사회 전반의 크고 작은 구성요소들을 네트워크화하는 핵심기반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돼 IPv6 관련 표준화 영역도 그만큼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다. 이같은 표준화 영역의 확대에 대비해 먼저 세부 영역별 전문가들과 IPv6 전문가들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IPv6 표준화를 준비해 나간다면 IPv6 관련 국제 표준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높일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표준화 과정과 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ETF를 통한 국제 표준화의 경우, 분명한 아이디어가 포함된 기술뿐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조직에 대한 이해, 해당 기술 워킹그룹의 적극적인 참여, 소속 WG 의장과의 관련기술에 대한 충분한 의견 교류 및 조율이 요구된다. 또 해당 기술에 관심과 영향력을 가진 표준화 전문가와의 인간적 연계도 필요하다.

 제안한 표준화 기고서가 승인돼 RFC가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몇 년이 소요될 수 있으며 표준이 되지 못하고 초안으로 머무는 문서들도 허다하다. 이같은 과정 속에서도 우리의 국제표준 채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화 전문가 양성과 표준화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국내 전문가들의 해당 워킹그룹 의장단 진출 등이 장려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IPv6 네트워크로 편입되는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다양한 요소들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도 요구된다.

 이같은 토대 위에 국제 및 국내 표준화 활동 활성화와 이와 연계한 적극적인 국제 지적재산권 확보, IPv6 핵심기반 및 응용기술의 개발, 상호 운용성 시험을 통한 국내 및 국제 상호 운용성 확보, 시범 및 상용 서비스 발굴 및 보급 등이 서로 잘 연계돼 체계적으로 계획되고 수행된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차세대인터넷으로서 IPv6 신 패러다임 도래를 맞아 새로운 IT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