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벤처지원 포럼]벤처 재도약을 위한 시장과 정부의 역할

 현재 어려움에 처한 벤처업계가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가 각각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유망한 중소 벤처업체를 선별하고 직접 지원하는 것은 시장의 몫이며, 이러한 시장기능을 위한 기반제공은 정부의 몫이다.

 우선 정부가 해결해야 할 벤처부문에 대한 현안과제는 신뢰회복을 위한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물론 이를 위해 거품조정은 필요하지만 벤처산업이 그간 한국경제에 끼친 성과를 고려하면서 투명성·공정성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중장기적인 벤처 재도약 비전을 마련하고 산업 파급력이 큰 기술개발 지원과 벤처창업을 위한 기반마련에 적극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GDP 대비 1% 수준의 투자조합 중심 민관출자 방식을 통한 안정된 벤처 투자재원 확보, 효율적 보상체계로 혁신적 기술창업의 선순환 유도, 창업장벽 제거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 퇴출제도에 대한 계획이 분명히 서 있어야 한다.

 앞에서 유망 중소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투자를 통해 직접 지원하는 역할은 시장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벤처캐피털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해 유망한 벤처기업의 선별과 충분한 자금제공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단 여기서 정부는 시장투명성·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의 강력한 시행의사를 밝혀야 한다.

 국민의 정부 벤처정책은 지식·질적가치·혁신성을 추구하는 21세기형 지식정보사회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벤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양적성장에 치중해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가 직접 나섰던 벤처확인제도의 경우 벤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확인업체 수가 감소하면서 그 존재의의를 잃어가고 있다. 벤처를 기존의 중소기업과 같이 취급해 종합적인 지원시책을 시도하는 접근에도 문제가 있다.

 차기 정부의 벤처정책 과제는 이와 확실한 경계를 그어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차별화된 벤처정책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시장의 역할로 하고 벤처캐피털산업 육성 등 지원환경 제공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벤처철학 재정립과 세부정책의 전략적 재배치가 필요하다.

 또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캐피털산업을 재편해 이들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 투자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정부는 정부출자조합 사업을 유지하되 완충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 출자조합 사업에서 벤처캐피털의 투자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독자적 투자여지를 넓히는 한편, 도덕적 해이 방지 및 효율성 보장을 위해 선진적이고 다양한 규약을 검토해야 한다. 이밖에 기술개발 지원정책의 재정비를 통해 특정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창업 전 단계의 기초연구 및 창업 과정에 대한 환경지원이 바람직하다.

<이인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