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완성된 국가기술지도의 의미는 10년 후 우리나라 기술경쟁력을 좌우할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장기적인 비전없이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정부자금 5조원과 민간자금 7조원 등 총 12조원의 연구자금이 투자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없이 투자돼 온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과학기술자원으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전략에 의한 한정된 자원의 효과적 배분 및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학연관의 목표 및 전략의 공유를 통해 국가적 수요를 만족시켜줄 기술에 대한 합의와 기술개발의 계획·조정에 대한 기본방향으로 국가기술지도 작성이 요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월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지도작성계획을 보고하고 본격적으로 지도작성에 착수, 7월 국가기술지도 1단계 작업 결과가 국과위에 보고됐다. 지도 기획단은 당시 5대 비전과 49개 전략제품, 97개 세부핵심기술을 도출, 골격을 세웠다. 이후 관계부처 공무원 및 산학연 전문가 800여명으로 작업팀을 구성, 도출된 핵심기술에 대한 세부적인 기술지도 작성에 착수했다. 이렇게 완성된 기술지도는 국가적으로 개발해야 될 핵심 및 전략기술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밑그림이 작성됐다는 점에서 국가연구개발예산의 효율적 사용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성된 기술지도는 핵심기술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핵심기술의 특성, 기술의 실현시기, 우리의 기술수준, 기술확보방안, 개발목표와 일정 등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5대 비전의 하나인 정보·지식·지능화사회 구현에 필수적인 전략적 제품으로 선정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경우 유무선방송 통합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물론 현재보다 수십에서 수백배 빠른 인터넷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수백기가 스위치와 수테라급 광전송, 음성데이터 통합형 게이트웨이 등의 제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IP기반망 관리기술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지능형 통합망 관리기술이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 기술지도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변화인자로 자유무역, 무한경쟁체제의 기반인 e커머스, 노령화 사회를 위한 e호스피털 등을 꼽고 있다.
이 지도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가이드라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전략수립에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도작성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기술지도는 기업의 연구개발 과정에 지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기술지도가 완성본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기술이 눈깜짝할 사이에 바뀌기 때문에 현재 핵심기술로 꼽혔다고 하더라도 다음해에는 필요없는 기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관계부처 공무원 또는 관계부처가 추천한 산학연 전문가로 국가기술지도기획단, 비전별 위원회, 핵심기술별 작성팀 등을 구성, 매년 정기적인 수정·보완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국과위에서 2008년 독자적으로 개발된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통신해양기상위성 개발계획’도 함께 심의·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 위성은 과기부 등 4개부처가 총 2880억원을 투자하며 7년간 통신방송, 해양관측,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시스템 본체 개발에 1000억원, 통신탑재체 380억원, 기상·해양탑재체 및 자료처리에 700억원, 발사비 650억원, 관제 및 지구국 구축에 150억원을 투입하며 내년에는 111억원을 투입하고 규모를 점차 늘린다는 방침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