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벤처지원 포럼]사장은 옥석 선별...정부는 투자환경 조성

 전자신문과 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8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28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14층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정책 진단과 차기 정부의 정책 추진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정부 정책실무 추진기관 관계자와 민주당·한나라당 정책위원, 전문 연구자, 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지난 5년간의 벤처정책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차기 정권의 향후 추진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곽성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서영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이건철 한나라당 산업자원수석전문위원,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 이서령 새천년민주당 정책특별본부 수석전문위원, 이인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실장, 한정화 한양대학교 교수(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오늘 자리는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벤처산업 육성정책의 의의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관련 정책 추진방향과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지난 5년간 정책 추진과정에서 파생됐던 각종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자리이니만큼 허심탄회한 입장과 의견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서영주(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시장시스템에서 벤처가 자생력을 갖고 활성화될 수 있는 질적 지원에 역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향후 5년은 코스닥·벤처캐피털·벤처산업 모두가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간접지원으로 전환할 방침입니다. 2007년 이후 M&A, 코스닥 등 민간 시장에서 담당하기 위한 여건 성숙기간으로 삼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입니다. 즉 민간 시장에서 벤처기업들이 확연히 구분되도록 향후 5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이 기간동안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기업 및 기술 혁신능력을 중점 평가할 방침입니다. 이는 5년 뒤 시장중심 자율성장 시기가 됐을 때 시장에서 선택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책입니다. 이를 위해 벤처 업계 건전화와 협회 등의 자율규제능력 제고, 민간 벤처평가기관의 역량을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또 산학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벤처캐피털 건전 육성화 방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제품판매에 애를 먹는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공공시장을 통한 시장창출,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수출활성화 시책도 실시할 것입니다. 

 △한정화(한양대학교 교수)=벤처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작된 것은 지난 80년대부터였습니다. 97∼98년을 거치고 IMF 위기와 맞물려 정부가 기반 구축 단계에서 주도했지만 성숙단계로 가기 위해 이제는 후원자 역할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간 벤처산업에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창업에 관한 제도적 기재 마련, 기업가정신 고취, 청년·여성창업, 펀딩을 통한 창업 활성화란 측면에서 보다 많은 긍정성을 갖고 있습니다. 벤처산업이 지나치게 정치 이슈로 부각돼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 면도 없지 않습니다. 코스닥 시장과 관련한 정치적·법적 이슈가 벤처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외면을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흐트러진 벤처 정책을 중소기업정책과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적인 하이테크산업의 속성에 맞는 정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인찬(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연구실장)=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 방향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표준규약 변경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도입에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유동화 펀드나 유한투자조합 설립과 같은 문제는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개인구성회사에 재정출자한다는 것은 큰 실험이기 때문입니다. 벤처 속성에 근거한 정책이 마련돼 다행입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벤처 성장에는 시장이 실제로 더 큰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향후 정책 과제로는 벤처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고 시스템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우선 시장효율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시장이 벤처성장을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벤처에 대한 지원 목적은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외부효과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는 기술혁신 활동을 하는 예비창업자들에 기술잠재력을 확충해 주는 지원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 창업행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은 제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또 재정출자는 시장안정화와 확대를 위해 쓰여져야 합니다. 벤처캐피털 등 각종 체제를 선진화하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책도 제시해야 합니다.

 △곽성신(한국벤처캐피털협회장)=얼마전 해외 출장에서 한국이 벤처산업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 개입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양적 성장을 위한 정책이 추진됐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효율화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벤처산업의 근간이 되는 벤처캐피털산업의 글로벌화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돼야 합니다.

 지난해 35개에 이어 많은 벤처기업들이 문닫을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투자조합 수수료를 현실화해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기업이 많아 수급측면에서 볼 때 코스닥 시장 이외의 자금 회수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따라서 M&A시장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실제 M&A 성공사례는 매우 드문 형편입니다. 관련 법규가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미국처럼 중계기업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관련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등 M&A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추진돼야 합니다. 또 적대적 M&A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펀드형 벤처 캐피털 추진도 당연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위험성도 매우 큽니다. 때문에 펀드 참여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합니다.

 △이병기(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전문위원)=70년대까지의 한국경제가 자본·노동 투입에 의해서 이뤄지는 양적 성장이었다면 80년대 후반부터는 질적 성장으로 가자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도 질적 성장으로 옮겨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98년부터 시작된 벤처붐은 질적 성장으로 옮겨가는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그러나 양적 성장위주의 벤처정책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이 야기됐고 기술 발전에 기반을 둔 질적 성장이라는 본질적인 측면도 도외시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실제 코스닥시장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열어줬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역할을 했지만 정부가 너무 많이 관여해 양적 위주의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코스닥의 부실을 불러왔습니다. 결국 이같은 상황은 코스닥시장의 침체를 불렀고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양산은 앞으로 코스닥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데 많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진입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도 중요하지만 유지에 대한 조건도 강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서령(민주당 정책특별본부 수석전문위원)=5년 전 벤처정책을 발표할 때 국가가 엔젤이 되겠다는 제목으로 발표됐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지나친 정부 지원으로 문제점을 야기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같은 점을 인식, 최대한 시장논리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 근간은 물론 벤처를 기술집약적 하이테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벤처기업의 소수정예화를 지향, 선택과 집중을 할 것입니다.

 우수 기업들에는 기술 담보대출제도 등을 통해 기술창업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각종 연구개발된 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기술거래도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또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조달을 확대,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선정, 개발한 기업에 대해서는 4∼5년간의 의무 구매기간을 정해 이들 기업의 상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아울러 해외 정부조달 시장에 대한 시장조사, 마케팅지원 등 각종 정책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수출 인큐베이터·아이파크 등 벤처지원센터를 더욱 강화, 해외 전시판매 기능까지 덧붙일 것입니다. 특히 벤처제품이 기술집약적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 사후지원과 콜센터 등의 네트워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실제 워싱턴 KVC를 통한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 등 서구 조달시장 공략을 도울 생각입니다.

 △사회=민주당의 벤처에 대한 정책안이 현재 벤처정책을 대부분 포용하는 것은 물론 상당부분 발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안이 정치적인 공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철(한나라당 산업자원수석전문위원)=IMF때 현 정부가 벤처육성정책을 통해 빠른 기간내에 위기극복을 이뤄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거품이 만연했던 것은 참 아쉽습니다. 이런 문제는 초기의 시행착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벤처광풍으로 번져갈 때 이미 각종 비리사건과 사이비 벤처의 출몰은 예정됐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벤처 밖에 없다는 생각, 즉 벤처가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에 한나라당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시행에 있어서는 좀더 장기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합니다. 한나라당은 기술담보대출 확대, 장기채 발행, 첨단 벤처 지원 확대, 벤처확인저정제도의 시장기능에 맞춘 보완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또 코스닥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퇴출 요건 강화를 통한 투자자 보호,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우량기업에 대한 안정장치 등도 마련할 것입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