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지혜를 찾는 경영:경영학의 진리체계/윤석철 지음/경문사 펴냄
세상이 날로 험난해져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경쟁은 끝이 없고 산 넘어 또 산이 나오니 산다는 것 자체를 고생이라 부를 만하다. 서로 손잡고 오순도순 살아가기란 날이 갈수록 힘들게만 느껴진다.
이 책 ‘경영학의 진리체계’는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너 죽고 나 살기보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찾아보라고 얘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상생과 무한경쟁에서 벗어나는 지혜란 무엇일까.
저자는 지구상 생존경쟁의 역사 5억3000만년을 거치며 가장 번성한 종이 된 곤충과 포유류의 지혜를 통해 기업의 길을 제시한다. 기업의 길도 환경적응, 전략수립, 구조조정이라는 진화적 요소가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길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주고받음의 관계를 통해 상생하는 생존부등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고받음의 고객관계 정립이 번영에 이르는 필요충분조건을 형성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은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제품의 원가(C)’라는 생존부등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가치가 지불가격보다 높아야 그 제품을 사고, 기업은 소비자 판매가격보다 원가가 낮아야 그 제품을 계속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혜택을 주고받음으로써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고받음은 쉽지 않다. 첫째로 무엇을 줘야 할지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자는 고객의 필요·아픔·기호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과 해결방안을 찾는 상상력을 길러야 하고, 둘째로는 적절히 받을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한경쟁이 선택이 아니라 숙명인 상황에서 인과 의, 그리고 매력과 비전의 공존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하는 필연이다. 지도자의 비전이 공동체 삶을 위해 자기 희생을 지향하는 것일 때 그것은 조직의 응집력을 높이는 매력이 된다. 무한경쟁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가진 기업이란 생존부등식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변화하는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경쟁이 현실이요, 남을 밟고 내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상생의 지혜는 요원할 따름이다. 한계를 지닌 인간이 절대적 진리의 완전한 지혜를 소유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경영학 서적이나 생존철학에 관한 명상록 같은 느낌을 준다. 책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적절한 문학적 비유와 과학이론에 대한 상세한 풀이, 풍부한 현장 경영사례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해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욱이 인문·사회·자연계열을 넘나드는 저자의 학문적 너비와 깊이가 독자에게 매력을 준다.
<동국대 이영재 교수 yj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