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장에서 위성방송수신기·휴대폰 등 국산 전자제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9일 KOTRA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 보고에 따르면 일본·유럽·미국산이 석권하던 중동 전자제품 시장이 최근 들어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고급품으로 인식되는 한국산 제품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의 경우 한국산이 시장의 7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중동 소비자들 사이에는 이미 ‘위성방송수신기=한국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유럽·미국산 브랜드는 기존 이미지를 바탕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휴대폰시장에서도 한국산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휴대폰은 에릭슨·지멘스를 제치고 노키아(시장점유율 53%)에 이어 현지 시장점유율 2위다. LG와 세원텔레콤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계속 치솟고 있다. 이는 올해 한국업체가 경쟁적으로 출시한 컬러액정제품이 새로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현지 고객의 기호에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하반기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시험가동 등 현지 시장여건 호조로 내년에도 대중동 휴대폰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중동 최대의 에어컨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산 에어컨은 자밀·크래프트 등 현지 조립품은 물론 캐리어·내쇼널 등 외국 유명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해 있다. 최근 중동 각국이 현지 생산을 중시함에 따라 전체 에어컨 수입물량이 감소세인 가운데 유독 한국산만은 수입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산 에어컨은 구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고, 현지 조립제품에 비해서는 품질·AS·마케팅력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돼 있다.
소니나 파나소닉 TV만을 고집하던 중동인들이 최근 말레이시아·태국 등 제3국산 일본 브랜드보다 한국산을 좋아한다. 특히 25인치 이상 중대형 TV시장은 산유국 부호들의 ‘홈시어터 붐’에 편승, 수출이 폭증세다.
임의수 KOTRA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장은 “일본·구미산에 비해서는 가격이 싸고, 대만·중국·동남아산에 비해서는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른바 ‘역샌드위치효과’로 한국산 전자제품의 중동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