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CCD센서`반도체 일본 자존심 살린다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인 전하결합소자(CCD) 이미지센서가 새롭게 일본 반도체 사업을 지탱하는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빛을 전기신호로 변화시켜 영상신호를 얻는 반도체소자인 CCD 이미지센서는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소수 분야 중 하나다. 올해 들어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급속하게 팽창하고 카메라내장형 이동전화단말기(카메라폰) 보급이 진행됨에 따라 CCD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본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내 주요 CCD 제조업체인 소니, 마쓰시타, 산요전기, 샤프 등은 공장을 일년내내 풀가동하고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음에도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일본 CCD시장의 수급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CCD 판매가 잘되는 것에 힘입어 지난 9월 중간 결산에서 소니, 마쓰시타, 산요전기, 샤프 등 CCD가 강한 업체들은 일본 반도체산업이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서도 선전할 수 있었다.

 소니의 반도체총괄자회사인 소니세미컨덕터규슈는 올해 CCD의 생산량이 작년 대비 60% 증가한 5500만개, 매출은 40% 늘어난 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 CCD 생산거점인 고쿠분테크놀로지, 구마모토테크놀로지 등 두 공장의 월 생산능력이 450만∼500만개란 점을 고려할 때 10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일 것임을 알 수 있다.

 샤프의 경우 9월 중간결산에서 CMOS, CCD 등 영상센서용 반도체소자부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가깝게 늘어난 121억엔에 달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올해 이 부문 매출이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27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관계자들은 CCD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앞으로 아시아지역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카메라폰의 경우 고급기종을 중심으로 기존 CMOS센서에서 화소수가 많고 고정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CCD센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의료분야 등 신규 수요처도 대두되고 있다. 자동차의 후방 확인용 카메라로 활용되거나 개인주택에서 감시 카메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극소형 CCD를 캡슐에 넣어 위 내부를 촬영하는 등 의료분야로도 활용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요 업체들의 움직임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소니는 구마모토공장의 설비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올 연말까지 생산능력을 약 30%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은 직경 300㎜의 실리콘웨이퍼에서 200만∼300만화소 고정밀 CCD를 생산하는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다. 소니는 내년에도 최대 200억엔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쓰시타는 520억엔으로 계획됐던 올해 반도체부문 설비투자액을 640억엔으로 상향 수정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만 390억엔이 설비투자에 투여될 계획이다. 이번 설비투자 증액는 시스템LSI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긴 하지만 아라이공장 등 마쓰시타 CCD의 주력공장에 대한 생산능력 증강도 시야에 넣고 있다. 마쓰시타는 내년 봄에 CCD분야에 약 80억엔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70% 가량 늘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요전기 역시 월 생산능력 100만개인 기후공장의 CCD 생산량을 내년 3월말까지 기존 설비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2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 주요 CCD업체들이 이같은 공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서는 데는 향후 예상되는 해외 업체들의 추격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세계시장을 일본 업체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공급량으로 수요 증가분을 상쇄시켜 후발 업체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