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18)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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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전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을 석권했다. ‘휘센’이라는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휩쓸었고, 해외에서도 가정용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에서 명실상부한 1위로 자리매김한 LG전자가 이번에는 대형 건물이나 업소 등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시스템에어컨은 실외기 하나에 여러 대의 실내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공조설비를 말한다. 가정용 에어컨처럼 실내기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은 물론, 빌딩의 관리실 같은 특정장소에서 건물 전체를 중앙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에어컨이다. 보통 건물설계 단계에서부터 설치여부가 결정된다.

 세계 에어컨 시장 규모는 2001년 4400만대에서 올해 4700만대, 2003년 5000만대로 늘어난 데 이어 2005년에는 58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시스템에어컨 수요도 함께 성장해 올해 1100만대 규모에서 2003년 1200만대, 2005년 1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에어컨은 세계적으로 수량면으로는 가정용 에어컨에 크게 뒤지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수익성이 좋은 분야다. 올해 세계 시스템에어컨 사업은 물량 기준으로는 전체 에어컨시장의 약 23%(1100만대)에 불과하지만 금액기준으로는 44%(160억달러)를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에어컨 업체들의 시장경쟁이 치열하다. 시스템에어컨 분야에서는 캐리어, 트레인, 요크사 등이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의 도전=LG전자(대표 구자홍)는 68년 국내 최초로 에어컨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490만대를 판매, 2년 연속 가정용 에어컨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001년 에어컨 총매출 17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05년에는 35억달러, 2010년에는 70억달러(9조원)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스템에어컨 매출 비중은 2001년 11%(2억달러)였고, 2005년 40%(14억달러), 2010년에는 50%(35억달러)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가 이처럼 야심찬 목표를 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97년부터 시스템에어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자신감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고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핵심부품 사업을 동시에 육성해 왔다. 플라즈마 열교환기, 플라즈마 공기정화기 등 신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최고의 생산능력과 품질수준을 확보하고 품질불량률을 6시그마 수준(백만개 중 3.4개)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5S(생산현장 혁신운동), FI-10(생산성 향상운동) 등 끊임없는 생산성 혁신툴을 개발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집중적인 연구개발(R&D)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현재 800여명의 시스템에어컨 연구인력을 2005년까지 1200여명으로 확대하고 2010년까지 2조원의 R&D 비용을 투자하는 한편 프로젝트 성공시마다 주어지는 타깃 인센티브를 지원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산기지를 지난해말 7개 지역(한국·중국·터키·인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생산라인을 지난 1월 브라질, 내년 멕시코 등 2개 지역에 추가 신설해 총 9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비와 인력, 생산기지, 생산능력 확보 등의 노력을 기반으로 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지만 현재 이 분야 1위를 달리는 캐리어라는 벽이 버티고 있다. 캐리어는 세계 최초로 에어컨을 만들어낸 전통과 기술을 갖춘 막강한 기업이다.

 ◇캐리어의 위력=캐리어 에어컨은 전세계 180개국이 사용하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지난 1902년 윌리스 캐리어 박사가 세계 최초로 에어컨을 발명한 이래 현재 180여개국에 진출한 캐리어 브랜드의 가치는 ‘세계 최고, 세계 180개국의 에어컨’이라는 두 마디로 요약된다.

 단지 몇 나라에서 쓰는 로컬브랜드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캐리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캐리어 에어컨의 매출실적과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캐리어는 지난해 총 3억5000달러, 올해 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세계 최강 에어컨 전문기업으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 가정, 맥도널드 등의 매장은 물론 런던 밀레니엄돔과 도쿄디즈니랜드 등 대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캐리어 브랜드는 넓게 퍼져있다.

 심지어 미국의 백악관에서도 캐리어 에어컨이 설치돼 사용중이다. 국내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와 인천국제공항 등의 냉방 시스템에도 이미 캐리어가 채택된 상태다.

 이처럼 오직 냉동·공조 시스템 분야에만 100년동안 집중해왔고,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캐리어 브랜드는 세계 냉동·공조 분야의 대명사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캐리어는 올 한해 ‘100년을 이어온 세계적인 바람’이란 컨셉트로 TV광고와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세계성’의 토대를 닦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부터는 ‘세계성’의 기반에 100년 동안 오직 에어컨만을 생산해온 ‘전문성’을 강조한 프로페셔널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알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은 ‘세계성’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캐리어 브랜드의 위상 정립의 성패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캐리어는 올해 도시바의 새로운 MMS(Modular Multi System)를 국내 시장에 소개했다. 이 제품은 단배관 시스템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용량 46HP를 제공하면서도 설치면적은 최소화한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이었다.

 캐리어는 앞으로 하이월(P시리즈)을 개발해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P시리즈는 캐리어만의 5단계 공기청정시스템을 적용한 모델로 광촉매 필터에 산화티타늄을 코팅하고, 자외선 빛을 가하여 먼지 제거, 살균, 곰팡이 및 각종 냄새를 제거해주는 최첨단 에어클리닝 시스템이다.

 에어컨 시장을 놓고 전통의 캐리어와 국내 LG전자가 펼칠 한판 승부가 기대된다.

LG전자의 백색가전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쌍수 사장(58)은 사업 구조조정에 의한 선택과 집중, 과감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으로 가정용 에어컨부문 세계 1위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90년대초 90%에 달할 정도로 내수 비중이 컸던 점을 개선,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활발히 했다. 특히 10대 전략국가를 선정해 현지에 적합한 히트상품을 개발, 공급, 현재는 해외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렀다.

 김 사장은 “2000년초 LG 에어컨의 새 브랜드로 ‘휘센’을 선정, 발표한 이래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가정용 에어컨 세계 1위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면서 “해당 국가의 날씨, 가옥구조, 에어컨 설치 및 사용현황, 시장경쟁 현황 등을 세밀해 분석해 그 지역에 맞는 현지형 제품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케팅 자원투입을 기존 ‘비용’ 개념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변경하고 내부 수익성 확보를 우선시하던 관행에서 시장가격 충족을 기본으로 하고, 수익성은 내부 혁신활동을 통해 확보토록 했다. 또 가정용 에어컨의 성공체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에어컨도 중점 육성키로 하고 세계 7대 거점 지역에 엔지니어를 배치해 수년간 각국의 상업 및 빌딩시장을 조사 및 개척해 왔다.

 김 사장은 “앞으로 일본의 마쓰시타를 비롯해 미국 시어즈, GE 등 세계적인 업체와의 협력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세계 1위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라드 다니스 캐리어 사장은 고객만족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에어컨 전문기업 캐리어호를 이끌고 있다.

 ‘에어컨 100년의 역사는 곧 캐리어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그는 에어컨에 대해선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니스 사장은 캐리어가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냉동공조기기 전문회사로 선두에 있다는 판단 아래 우수한 품질뿐 아니라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그린컴퍼니로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니스 사장은 최근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전자·통신기기의 발전에 주목한다. 전통적 오프라인 기업인 캐리어가 새천년을 성공으로 이끌 열쇠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에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전자상거래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장해주며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다양한 정보교류와 의견수렴의 장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또 전세계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현재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캐리어코리아의 제품개발 담당 엔지니어를 10%로 늘리면서 창립자 캐리어 박사의 명성을 기술력으로 뒷받침해 나간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