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던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반도체주는 D램 현물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보기술(IT)주들의 선전에 힘입어 두달 가까이 주가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노키아 등 미국 상장 IT기업들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데다 D램 현물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승승장구하던 반도체주들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4일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대비 4.96% 하락한 37만3500원으로 마감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부터 전일까지 보합 두번을 포함, 무려 11일(거래일수 기준) 동안 오름세를 탔다. 하이닉스도 지난 이틀 동안의 상승세를 접고 전일대비 5.43% 떨어진 435원에 장을 마쳤다.
그동안 삼성전자주 상승세에 힘입어 강세를 유지했던 반도체 장비 및 재료주들도 거의 전종목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장비주 중에서는 케이씨텍이 10.2%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주성엔지니어링과 삼우이엠씨도 각각 9.9%, 8.6% 하락했다. 재료주 가운데서는 동진쎄미켐과 크린크리에이티브가 각각 8.8%, 8.1% 하락하며 관련주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반도체주 상승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킨 것은 미국 주요 IT주의 급락 소식이다. 국내 시각으로 이날 새벽 마감된 미국 증시에서는 노키아가 내년 전세계 휴대폰단말기의 수요가 올해보다 1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해 IT주들의 급락을 초래했다. 하락 재료는 통신주가 제공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2% 하락하는 등 반도체주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IT주 하락의 선봉장이 됐다.
여기에다 D램 현물가격 내림폭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주 하락을 부추겼다. 당초 시장에서는 DDR D램 현물가격이 6달러 후반 정도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미 6달러 중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반도체주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반도체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주를 좌지우지하는 삼성전자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안정적인 실적호전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반도체주 하락은 단기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전자의 매출 및 이익에서 차지하는 D램 비중이 줄고 있고 통신부문 등의 선전으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에 관련주들도 잠시 조정을 거친 후 재차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향후 IT 및 반도체 경기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심스러운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SK증권 전우종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IT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남아있다”며 “특히 반도체주들은 내년 2월까지 비수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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