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음악계의 최강자 유투(U2)

90년대 초반만 해도 최고의 록밴드는 말할 것도 없이 롤링 스톤스였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에 앉아야 할 밴드는 무조건 아일랜드의 유투(U2)일 것이다. 롤링 스톤스가 시장과 인기 차트에서 쇠퇴한 반면, 유투는 이름값은 물론 대중적인 인기도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활동경력 2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이면서도 유투가 현재도 뜨거운 호흡을 내뿜는 것은 발군의 음악도 있지만 그룹의 간판인 보노(Bono)가 세계 정치와 재계도 무시하지 못하는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의 이름이 아직도 생소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록음악의 문외한이거나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노는 록밴드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위치를 넘어서 ‘가난한 지구촌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해달라’는 절대적 미션을 수행하면서 일약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 즉 세계의 정계, 재계, 종교계의 실력자들을 만나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가난한 52개 국가들의 3500억달러에 달하는 빚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조건없이 그들을 돕자고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보노는 아예 이를 위해 디에이티에이(DATA)란 이름의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올해 3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보노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그를 표지인물로 다루기까지 했다. 일개 가수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옆자리에 앉고, 영국 토니 블레어 수상과 웃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환담하면서 그들에게 숭고한 인류애를 전하는 덕분이다.

 따라서 그가 음악계 최고의 ‘파워맨’으로 불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얼마 전 영국의 잡지 ‘큐’의 설문조사에서 보노는 막강한 메이저 레코드사 사장들과 잘나가는 스타를 제치고 ‘음악계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됐다. 뮤지션 에미넴(3위)이나 커트 코베인(5위)뿐만 아니라 유니버설의 도그 모리스 회장(2위)이나 거대 연예회사 클리어채널의 메이스 회장(4위)도 그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유투가 빛나는 것은 보노의 정치적 영향력에 앞서 본업인 음악이 너무도 뛰어나다는 데 있다.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후련한 모던록 사운드다. 유투는 사상 최초로 앨범 하나를 가지고 그래미상을 2연패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1년 그래미상을 휩쓴 곡 ‘Beautiful day’와 올해 그래미상 최우수 레코드상을 안겨준 ‘Walk on’은 모두 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80년 데뷔한 이래 그들이 아일랜드 통일, 강대국 주도의 전쟁, 제3세계 황폐화 등 현실참여의 메시지를 노래에 심어 정치 밴드의 위상을 굳혀온 것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다. 그들은 전에 80년부터 90년까지의 히트곡을 집대성한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더니 얼마 전 90년부터 2000년까지의 히트곡을 모은 베스트 음반을 또 한차례 냈다. 이것도 다른 밴드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유투의 음악적이고 정치적인 행진은 끝이 없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