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전 소니가 삼성맨 이명우 사장을 한국법인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일대 사건으로 기억된다. 기술력과 정보유출에 예민한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 소니가 기존 관행을 깨고 한국인, 특히 경쟁사 삼성전자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가전사 중 JVC코리아·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 등 2개사를 제외하곤 한국인 사장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어느새 외국계 국내투자법인들의 사장이 한국인으로 바뀌는 것은 대세가 됐다. 게다가 한국에 파견됐던 일본인 한국주재원들의 수도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이는 외국 본사가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전자업계에서 ‘현지화’와 협업관계를 중심으로 한 ‘외교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CEO들은 그동안 첨단제품의 품질력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교력’의 핸디캡을 만회하는 역할에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식 경영기법 접목과 수익금의 국내 재투자, 역수출 추진 등을 통해 수입업체가 아닌 한국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출신 CEO들에겐 뭔가 있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삼성맨 출신들은 경영실적 및 대외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사장은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저장매체인 xD픽처카드 사업을 시작했고 이명우 사장도 소니 본사와 삼성전자의 협력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과 이데구치 요시오 JVC 사장은 대표적인 영업맨 출신 CEO다.
지난 26년간 필립스에서 생활한 신박제 필립스전자 사장은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친 지난 98년 필립스 본사에 한국투자를 제안하고 결국 LG필립스LCD,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유명한 신 사장은 95년 핸드볼협회 회장에 이어 현재 대한하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사회발전에 동참한다는 필립스의 기업시민정신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JVC에서 31년간 판매분야에서만 근무한 이데구치 사장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프로근성’으로 똘똘 뭉친 국제영업통으로, JVC가 한국시장 진출 2년만에 캠코더, 오디오 전문업체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의 경우 두둑한 배짱영업으로 출범 1년만에 도시바 노트북의 한국시장 연착륙을 이뤄냈으며 로터리클럽 활동, 서울대 CEO 과정 등 대외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