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정보통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골수 IT맨’이 체육훈장을 수상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도 하다. 산업계 인사이니만큼 산업훈장 쯤이겠지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더구나 체육훈장이라면 체육계에서도 기여도가 높은 사람중에서 극소수만이 받을 수 있는 희소가치가 높은 상이다.
그런 점에서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한 KT아이컴의 조영주 사장(46)은 주목받을만하다. 조 사장은 최근 정부로부터 IT월드컵 성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했다. 수상 명목은 지난 ‘2002 FIFA 한일 월드컵’ 때 3세대 이동통신인 비동기식(WCDMA) IMT2000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구현,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막식 행사때 ‘IMT퍼포먼스’와 세계 최초의 국제영상 로밍의 시연 현장은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상은 KT아이컴 직원들과 이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KT아이컴 직원들은 지난 월드컵때 IMT2000 퍼포먼스를 위해 두달 이상 밤샘작업을 했습니다.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시연을 하지 않았다면 ‘IT월드컵’이나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빛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상은 오로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이며, 대내외적으로 그 노력을 인정해주었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합니다.”
조 사장은 이번 수상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렸다. 조 사장의 면면이 드러나 보이는 단면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조 사장은 늘 직원들의 노력과 단합을 강조하곤 한다. 물론 직원 하나 하나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도 늘 존경과 애정이 묻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조 사장이 좌우명으로 소개한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사상은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지난 2000년 초에만 해도 외국의 유명 정보통신 기업들은 다음해인 2001년께면 IMT2000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이나 단말기 개발, 서비스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결국 모든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국제영상 로밍을 하기로 했던 일본의 J폰마저 시연을 주저했습니다. 그만큼 성공가능성이 없다는 거였죠.”
조 사장은 당시 IMT2000의 국제영상 로밍서비스 시연 직전의 상황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로 일본의 J폰은 시연직전까지 성공을 자신하지 못해 사장이 아닌 부사장을 시연식장에 내보내는 촌극을 벌였다. 심지어 국내 동종기업은 물론 정부조차도 의심하는 눈빛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의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구현한 다음 점차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9월 LG전자와 IMT2000 관련 주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준비책의 하나다. 조 사장은 오는 2005년께면 전국 어디서나 WCDMA를 이용해 KT아이컴의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조 사장은 IMT2000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IMT2000 서비스는 이동통신서비스의 진화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테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뱅킹과 커머스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재 은행거래나 상거래 방식에 비해 획기적인 시간단축과 생산성 증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영상통화와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물류서비스도 가능하고 유아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해외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의 경우 별도로 서비스를 등록하거나 단말기를 렌털하지 않고도 글로벌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도 가능하다.
조 사장은 그러나 국내 통신산업 환경의 여건이 때로는 IMT2000 서비스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산업이 아직은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장비개발도 아주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예전과는 달리 요즘 자주 극장을 찾는 것도 종합 콘텐츠산업인 ‘영화’의 가능성을 엿보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이 분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동종업계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
조 사장은 “이번 상은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통신입국을 위해 매진해 달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차세대 통신환경 조성과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조영주(趙榮柱) 사장 약력
△56년 출생 △78년 서울대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졸업 △94년 서울대 대학원 교통공학박사 △95년 미시간주립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 수료 △79년 기술고시 합격(제15회) △80년 체신부 사무관 △90년 한국통신 나주전화국장 △95년 한국통신 경영전략실 신규사업총괄팀장 △96년 한국통신 초고속통신추진본부 종합물류망사업국장 △97년 한국통신 마케팅본부 사업관리실장 △98년 한국통신 사업협력실 사업협력총괄팀장 △99년 한국통신 기획조정실 공정경쟁팀장 겸 IMT2000사업추진단장 △2000년 한국통신 IMT2000사업추진본부 사업기획단장 △2001년 한국통신 IMT법인설립추진위원장 △2001년 3월 KT아이컴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