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는 미래 국가경쟁력이다](7) 종합엔터테인먼트로서의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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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 음악과 미술 등 모든 종류의 예술활동을 집합시킨 종합예술이라면 문화산업은 종합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문화산업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집합체인 것이다.

 게임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게임의 스토리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삽입도 필수요소가 됐다. 또 효과음을 비롯한 음악과 영화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이 인기 게임의 기본이 된지 오래다.

 문화산업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지는 동시에 하나의 콘텐츠로 성공하면 다양한 분야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원소스 멀티유스’라는 특성이다. 이는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소설 ‘해리포터’는 영화로 거듭나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게임으로도 제작돼 화제가 되고 있으며 관련 캐릭터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다양한 부수효과를 거두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물론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원소스 멀티유스’의 장점을 활용, 기획초기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인기 게임인 ‘리니지’를 소설로 출간했으며 넥슨도 ‘아스가르드’라는 게임을 소설로 출간키로 했다. 한게임도 주 캐릭터를 별도의 문구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하얀마음 백구’라는 아동용 게임으로 성공한 손오공은 지난 98년부터 13부작 TV만화영화 ‘백구’를 준비하면서 기획 초기단계부터 음반·게임·극장용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을 함께 제작키로 하고 각 분야의 파트너를 물색해 오고 있다.

 필름앤웍스양철집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원더풀데이즈’를 준비하면서 성우로 참여한 연예인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음반을 제작하고 있으며 일본 디라이츠(D-RIGHTS)와 함께 PS2용 게임으로도 제작중이다.

 이같은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소스가 되는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설이나 게임, 영화 등 장르에는 제한이 없지만 탄탄한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제작사들이 보여주는 사례는 이같은 편견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일본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의 경우 벌써 오래전부터 ‘원소스 멀티유스’의 장점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은 우리가 생각해온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작품을 완성하기 1년 전에 미리 캐릭터와 간단한 시놉시스만으로 제작발표회를 갖고 장난감회사나 문구회사, 가방회사, 음반사, 각종 팬시회사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모집하는 것이 정례화돼 있다. 투자를 받아서는 곧바로 투자사와 함께 그 작품에 등장할 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 상품을 쏟아낸다. 물론 로열티도 챙겨 작품 제작 이전부터 짭잘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같은 과정을 통해 캐릭터와 친숙해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1년후에 선보이는 작품을 기다리는 고객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일본 기업들의 사례는 ‘원소스 멀티유스’라는 것이 단순히 중심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 콘텐츠가 얻고 있는 인기를 바탕으로 다른 상품을 파생시키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다양한 주변상품을 통해 중심 콘텐츠의 인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화콘텐츠 상품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각 분야간에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차원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책은 각 분야별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향도 좋지만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애니메이션·음악·출판만화·게임·영화·캐릭터 등 각 문화콘텐츠산업 분야별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은 물론 영상물이나 만화, 게임 등에 대한 불법복제로 인한 누수현상이 심하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물론 기술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마련, 제작사들이 안심하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업이 필요하다.

 또 각 분야별로 지적되고 있는 시나리오 및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 부족문제도 공통과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 발굴을 비롯해 풍부한 경험과 기획력을 갖춘 시나리오 작가와 기획자 및 마케터를 양성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공사례 및 실패사례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을 통해 연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간의 교류를 통한 수익모델 마련 및 산업연관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와 연계 유통망 및 전문 마케터 양성, 글로벌화를 염두에 둔 콘텐츠 개발, 제작단계부터의 공동제작위원회 구성 등 수평적 수직적 교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또 애니메이션·만화·게임·캐릭터 등 연관분야간의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유관 업체간 프로젝트 컨소시엄 구성을 독려하거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기고: 윤주 둘리나라 총괄국장

21세기에 들어 문화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고 있다. 단지 감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던 문화는 이제 산업적인 측면으로 연결시켜 미래산업을 이끌 핵심적인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문화는 융합된 형태로 양방향, 즉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또 문화산업을 하는 업계간 업종의 벽도 허물어져 다양한 업종의 형태를 지닌 업체들이 등장하게 됐다. 이런 패러다임 속에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해 줄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필요하게 됐고 이젠 생산된 문화콘텐츠를 잘 활용해 다양하게 산업에 적용을 하고자 하는 시도가 문화산업계 전반에서 일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는 국내외의 성공된 콘텐츠가 등장하게 되면서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됐으나, 성공하는 예가 적어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경쟁력이 있는 좋은 콘텐츠가 선행돼야 한다.

 문화콘텐츠를 원소스 멀티 유즈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기본 소스가 되는 좋은 콘텐츠의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란 풍부한 상상력이 기반이 된 창의력있는 콘텐츠를 말한다. 경쟁력있는 콘텐츠가 근간이 돼야만 무궁무진한 파생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인프라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적으로 향상된 소비층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문화산업계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소재의 빈곤이다. 소재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콘텐츠를 튼실하게 해주는 창작 지원과 산업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콘텐츠의 개발을 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개인 및 집단적인 문화감수성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고 역량있는 작가들을 생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생산된 풍부한 상상력을 동반한 창의력 있는 문화콘텐츠는 발전을 거듭해 문화콘텐츠가 원소스 멀티 유즈로 쓰여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 문화콘텐츠의 확대와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 보호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저작권료의 운용이 잘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콘텐츠는 지적재산권의 문제와 결부돼 발전하는 사업임을 인지해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있어야 문화산업으로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국민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저작권 보호에 대한 캠페인과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업계간 서로의 간극을 좁히게 하고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장을 열어 적당한 연계를 모색하게 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화콘텐츠를 산업화할 수 있는 기획력이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산업의 적용의 예가 많지 않는 이유는 콘텐츠 성격에 부합되는 산업과의 연계가 잘못된 부분이 가장 크다. 산업화를 꾀하기 이전에 각 각 콘텐츠의 유형에 맞는 프로퍼티(property), 즉 상품화 가치를 먼저 분석하고 리스크가 적은 쪽으로의 접근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즉, 애니메이션이나 게임화하면 성공할 가치가 있는 것과 일반 팬시상품으로 활용할 콘텐츠의 기획은 차별화가 되어 적용이 되어야 한다. 이 부분의 기획이나 접근이 잘못되면 상품화 가치를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매체로의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서 문화와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다양한 정보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탄탄한 기획력과 연관산업과의 연계를 합리적으로 연결하는 인재들이야말로 또 하나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생성된 경쟁력있는 문화콘텐츠야말로 상품화 가치가 있는 진정한 원소스 멀티 유즈로 쓰여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