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휘갑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원장 wkcho@kisa.or.kr
전체 가구의 78.5%가 PC를 갖고 있으며 그 가운데 86.9%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 e메일은 이제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출근하면 커피를 뽑아들고 e메일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사무실의 풍속도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밤새 빽빽이 들어와 있는 광고메일을 지우는 것이 직장인의 아침 일과에 추가됐다. 이른바 ‘스팸메일’ 공해다.
‘스팸메일’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수신자가 원하지 않는 상업적 목적의 광고성 e메일’로 정의된다. 광고성 e메일이 전부 스팸메일인 것은 아니다. 광고성 e메일 중에도 수신자에 따라 유익한 정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익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광고메일이 많아지면서 이런 광고메일이 ‘스팸메일’이라 불리고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스팸메일의 문제는 광고메일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 수신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지 않는 데서 주로 발생한다. 광고메일 송신자가 메일 제목에 ‘광고’라는 문구를 명기한다면 수신자에 따라서는 해당 메일을 열지 않고 지우거나 ‘광고’라는 문구가 들어간 e메일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덜해질 수 있다.
A 광고메일 발송자는 자신이 의도하는 영업구역이 특정 시도다. 그런데 e메일주소추출기에서 국내외 e메일 주소를 무작위로 수집해 판매하는 사람으로부터 e메일 주소를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해 광고를 발송하다보니 전국, 심지어는 외국에까지 발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스팸메일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들이 알아볼 수 없는 한국어 광고메일을 접하고 당혹해 하다 못해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스팸메일은 네티즌에게 스팸메일 확인·삭제를 위한 시간 손실과 짜증을 유발하고, 특히 청소년에게 정체불명의 유해한 성인광고물을 발송한다. 또 웹메일서비스업자(ISP)에게는 인터넷 통신체증 가중 및 통신속도 저하, 대고객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피해를 입힌다.
우리나라 정부와 관련기관은 스팸메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스팸 규제를 위해 지난 6월 ‘스팸메일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고,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온라인 스팸메일신고센터(http://www.spamcop.or.kr)를 운영하면서 스팸메일 관련 상담·신고접수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일반인들에게 스팸메일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스팸메일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청소년에게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발송 금지, 수신거부 회피·방해 행위의 금지, e메일주소추출기의 사용 제한 규정 등이 포함돼 있어 스팸메일의 방지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런 정부 차원의 스팸메일 문제 해결 노력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개인은 스팸메일 차단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치 않는 광고메일을 수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고메일 발송자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 광고문구 표시형식, 수신거부 방법 및 연락처 명시 등 법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ISP는 자신의 이용약관에 대량의 광고메일 발송자가 실명의 IP주소를 등록토록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음란물 등을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는 자기 게시판의 e메일 주소를 아무나 추출하지 못하도록 e메일 주소추출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