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빛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파장의 전자파도 오고 있다.
바로 이런 우주전파는 우주공간에서 밀려오는 잡음전파로 우주잡음(cosmic radio noise)이라고도 하며 지구 밖에서 오는 전파 중에서 태양에 기원을 둔 전파를 제외한 것의 총칭이다.
일반적으로 천체의 온도가 낮으면 에너지가 적은 전자파인 전파가 방사되고 천체의 온도가 높으면 에너지가 많은 전자파인 자외선이나 엑스선 또는 감마선이 방사된다.
이런 우주전파를 분석하면 외부 은하계, 별의 탄생 연구 등 초미세구조 연구는 물론 지구의 지각운동, 측지원점, 지구 회전운동에서부터 장기적인 지진예보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우주전파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31년 미국의 칼 잰스키가 은하 중심에서 오는 전파를 발견하면서 부터다.
이후 우주전파를 분석하는 전파천문학이 태동됐으며 초기의 전파천문학은 태양의 강한 전파를 가까스로 수신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중 레이더 관련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전파천문학은 지구 대기를 통과해 들어오는 모든 주파수(0.1∼300 ㎓)의 매우 미약한 우주전파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1970년에 일산화탄소(CO)의 발견으로 시작된 밀리미터파 전파천문학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분자들의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태양계와 별, 은하계 등의 진화와 기원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전파천문학에서 사용되는 전파망원경은 광학망원경처럼 천체의 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천체로부터 날아오는 전파의 강도를 기록계에 나타내도록 전파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넓게는 안테나에서 수신기 및 전파신호를 기록하는 기록계까지 포함해 전파망원경이라 부른다.
전파를 반사시키는 반사경의 경우 반사면은 금속판 또는 금속망으로 덮여 있고 그 반사면은 회전 포물면을 형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금속망의 경우에는 망사의 굵기가 전파의 8분의 1 이상이 되면 금속판과 똑같은 역할을 한다. 반사경에서 반사된 전파는 초점에 모이고 거기에 놓여 있는 안테나 또는 도파관에서 수신기로 인도된다.
이런 전파망원경은 여러 대를 배열함으로써 큰 구경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멀리 떨어진 두 곳에서 다른 망원경으로 같은 천체를 관측하고 그 데이터를 합치면 두 망원경이 떨어진 거리만큼의 구경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05년까지 모두 200억원을 들여 울산대 등 전국 3곳에 대형 전파안테나 3기와 관측동 등을 설치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Korean VLBI Network)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관측망은 울산·서울·제주 등 국토를 삼각형으로 잇는 각각의 전파안테나에서 받은 미세전파를 공동분석하는 네트워크로 여러 기의 전파안테나로 천체에서 날아오는 우주전파를 합성해 별이나 외부 은하계의 탄생 등 천체 활동이나 지구 지각운동 등을 측정하는 데 쓰이게 된다. 이 전파관측망은 설치된 3곳의 거리(400여㎞)만큼의 직경을 가진 망원경이 우주를 관측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허블망원경보다 수백 배의 정밀도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전파관측망은 시시각각 변하는 지각운동을 밀리미터까지 분석할 수 있어 한반도·제주도 및 일본 열도와의 거리, 한반도와 일본의 크기 등은 물론 지각변동에 따른 지진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