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전화업계의 화두는 단연 무선인터넷이다. 현재 음성기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미래형 사업을 준비중인지가 평가의 관건이다. 이동전화사업자의 미래에 대해 말하려면 그 회사의 무선인터넷 사업을 살펴보라는 얘기가 실감나게 됐다.
세계 무선인터넷 업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자를 찾으라면 한국과 일본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문자메시지 수준의 데이터통신에 머무른 것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최근 5년간 무선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특히 한국의 SK텔레콤과 일본의 NTT도코모는 각각 자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무선인터넷 업계의 기린아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부가통신 수준의 서비스로부터 최근에는 멀티미디어 영상전화까지 첨단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SK텔레콤과 NTT도코모는 이제 도처에서 격돌하고 있다. 음성에 있어서는 통신서비스 사업의 특성상 지역적·국가적 한계 때문에 접전을 벌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역·국가 관념을 넘어서는 통신서비스 개념이 점차 도입되면서 양사는 세계 1위를 놓고 ‘일합’을 겨루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진출
NTT도코모와 SK텔레콤의 만남은 이미 시작됐다. 양사는 이미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들과 각종 제휴를 체결하며 자사의 무선인터넷 솔루션과 콘텐츠 수출에 나섰다.
NTT도코모는 8개국 6개 이동전화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자사 무선인터넷인 ‘아이모드’를 수출, 세계 최강의 통신사업자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NTT도코모는 KPN과 제휴하고 독일의 E플러스, 네덜란드 KPN, 벨기에 베이스(BASE)에 아이모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우 각각 지난 3월과 4월 서비스를 시작, 현재 7만7000명과 2만3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벨기에는 지난 10월 서비스를 시작,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중이다.
이 회사는 또 대만 KG텔레콤과 제휴하고 지난 6월 서비스에 돌입, 9월말 현재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아이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 AT&T와이어리스에는 지난 4월부터, 프랑스의 부이에텔레콤에는 지난 11월부터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NTT도코모측은 내년부터 스페인에 아이모드를 제공하며 영국 허치슨에는 2㎓ 대역 WCDMA 서비스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해외에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지사업자와 함께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비해 SK텔레콤은 현지에 자사 플랫폼을 공급하고 라이선스 수입을 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이스라엘 펠레폰사와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네이트서비스 운영시스템인 포털 플랫폼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게이트웨이 솔루션, 메시징 솔루션, 다운로드 솔루션, 터미널, 압축 솔루션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 전반에 관한 모든 것을 수출했다. 이스라엘 펠레폰사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월부터 멜로디, 그림친구, 멀티미디어 게임 등을 서비스중이다.
이와함께 지난 2일에는 이스라엘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 APBW와 30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APBW는 이를 토대로 내년 3월부터 대만사업자 중 최초로 3G 네트워크를 통해 멜로디, 그림친구, 멀티미디어게임,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 최첨단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중국 차이나유니콤과 무선인터넷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하는 등 중국진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무선인터넷
지금까지 SK텔레콤과 NTT도코모의 대결은 2세대 통신에 기반을 둔 국지적인 경쟁에 불과했다. 세계 통신시장에 하나로 묶이는 3세대(G) 시장부터 전면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NTT도코모는 2G 무선인터넷인 아이모드에 이어 지난해 10월 WCDMA 서비스인 ‘포마’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포마는 서비스 시작 당시 영상전화를 킬러상품으로 집중 조명했다. 음성만 전달하던 수단에서 탈피하겠다는 계산에서다. 포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비디오폰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포마 서비스 1년이 넘도록 가입자가 12만여명에 불과하다. 서비스 수준도 2G인 아이모드와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NTT도코모의 서비스는 3G로의 이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NTT도코모가 2G와 3G를 엄밀하게 구분했던 망구분 방식과는 달리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2G든 3G든간에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준’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준’을 통해 영상전화, 모바일 방송, MMS 등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로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2㎓를 이용한 광대역 IMT2000 서비스가 오는 2004년이면 본격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면 IMT2000 서비스를 위한 각종 플랫폼 수주전이 펼쳐질 것이고 결국 SK텔레콤과 NTT도코모의 양강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전망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90년대 해외에 진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은 것이 강점이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에 비해 인지도가 약하고 해외진출 기반이 부족한 반면 모바일 결제, 모바일 방송 등 차세대 서비스에서 NTT도코모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향한 양사의 경쟁은 단순히 사업자간 경쟁을 넘어 세계 통신시장 패권을 잡기위한 한일 자존심 대결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SK텔레콤 전략·표문수 사장
“세계 최초의 3G 성공사례를 만들겠습니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출시한 ‘준’이라는 브랜드로 3G 서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유수 통신업체가 3G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NTT도코모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포마도 1년이 지나도록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SK텔레콤의 도전에 세계 통신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새로 출시한 준은 포마와 달리 승산이 있는 서비스로 자신하고 있다. 포마의 경우에는 커버리지의 제약에 따른 문제점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의 준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비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cdma2000 1x EVDO 망을 구축중인데 이어 내년부터 WCDMA망을 갖추고 4분기부터 2㎓ 대역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커버리지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광대역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제공가능한 멀티미디어 동영상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차별화해 필요한 서비스를 조기에 발굴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3G 성공모델에 근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TT도코모 전략·다치가와 게이지 회장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아이모드로 세계 통신사에 무선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 회사는 또 세계 최초로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인 포마를 통해 이동통신 주도권을 영위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세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갖고 자사의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각종 지분관계를 통해 세계 통신사업자들에 아이모드 서비스를 실시, 세계적인 서비스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또한 아이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 상품을 최고 수준으로 운영하도록 장려하는 전략을 통해 모든 콘텐츠가 항상 최신의 내용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관리해 가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함께 고객 단일명의로 각종 요금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빌링시스템을 갖춰 소비자들에게는 편의를 제공하고 CP들에는 비용을 줄이도록 했다. 특히 요금과 관련, 138바이트당 0.3엔(3월) 정도의 저렴한 패킷 요금제로 시장을 크게 만들기도 했다.
NTT도코모는 포마 활성화를 위해 목표시장을 법인 가입자 시장으로 바꾸고 킬러애플리케이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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