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지난 10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사업가 50인’을 뽑았다. 이 중 휴렛패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5년 연속 ‘미 최고의 여성사업가’에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포천이 피오리나를 미 최고의 여성CEO로 주저없이 낙점한 이유는 그녀가 미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라 일컫는 컴팩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
양사간 ‘깜짝 합병’이 처음 발표된 것은 2001년 9월 4일. 이로부터 8개월 후인 올 5월초 마침내 HP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 컴팩과 한몸이 됐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야말로 ‘시련과 가시밭길’이었다. 주가폭락과 함께 창업자 가문(휴렛)의 거센 반대로 곤욕을 치렀다. HP 주총에서 겨우 0.5% 차이로 양사 합병안이 통과됐다. 설상가상으로 휴렛가의 합병무효 소송으로 피오리나는 두달간이나 피말리는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법원의 소송기각으로 결국 피오리나는 승리의 여신과 포옹하는 기쁨을 누렸다.
‘월가의 연인’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녀는 빌 게이츠에 필적하는 세계적 뉴스메이커다. 특히 올해는 컴팩과의 합병으로 세계 어느 기업인보다 더욱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했다. 1999년 7월 HP 사상 첫 외부 CEO로 스카우트된 그는 해보지도 않고 ‘노(no)’ 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2000년 MIT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고비마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긴 여행”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