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e비즈니스 분야는 합종연횡의 한해로 정리된다. e마켓플레이스는 IT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3년차를 맞고 있는 B2B시범사업도 올해 30개 업종으로 늘어나면서 e비즈니스화가 산업전반으로 스며드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업체들의 정보화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됐다.
◇e전이=e전이(eTransformation) 분야는 올해에도 전통기업들의 정보화 핵심 키워드였다. 그러나 실제 투자에서는 신중을 기하자는 자세가 두드러졌다. 지금까지 e비즈니스에 선도적인 투자를 해온 일부 대기업들에는 ‘통합’과 ‘협업’이, 중견 이하 기업들에는 ‘선별적’ 기반구축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선도기업들은 그동안 국내 업무에서 검증된 인프라를 해외 지사 및 서플라이어들과의 협업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적용했다. e세일즈, eCRM, eR&D 등이 그 좋은 예다. 또한 본·지사간 기간시스템(ERP) 통합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뒤진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에는 당장 본사 업무에 적용되는 인프라 마련이 숙제였고 이에 따른 ERP·e프로큐어먼트 구축이 잇따랐다. 불투명한 내년 경기에도 기업 내외부를 잇는 인프라 구축은 지속될 전망이다.
◇e마켓플레이스=공개형 e마켓의 생존은 점점 어려워지고 사설형 e마켓이 활성화되는 추세가 그대로 재현됐다. 오프라인 기업의 무관심과 더불어 세제혜택 문제 등 대외적인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마켓 업계는 2001년에 비해 본연의 업무인 거래중개보다는 다른 부가사업 찾기에 몰두했다. 거래가 늘지 않자 일단 ‘살고 보자’는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e마켓은 올해 거래중개만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기 활성화 등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진다는 조건하에 하반기나 돼야 조금씩 호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B2B 시범사업=B2B 시범사업은 올해 10개 업종을 추가해 30개 업종으로 늘었다. 올해 3차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10개 업종이 이달부터 시범사업 활동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산자부는 내년에도 약 7개 업종 선정을 고려하고 있는 등 앞으로도 20개 업종을 더 늘려 50개 업종으로 늘려 전산업에 걸쳐 B2B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전체 산업의 e전이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금융=e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금융산업도 커다란 격변을 겪었다. 대표적인 테마가 금융·통신 업종간 융합(컨버전스)으로 탄생한 전자금융 시장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과 스마트카드, 인터넷 등을 매개로 공격적인 시장 창출에 나서자 휴대폰 송금이체·가상결제 등 예전에 생각도 못했던 신생 영역이 태동했다. 은행·카드 등 기존 금융권은 통신사업자들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영토를 수성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인터넷·휴대폰·자동화기기 등 이른바 온라인 채널이 대고객 접점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효율적인 채널전략도 관심사로 등장했다.
올해 SI·정보화분야 기상도는 ‘맑은 뒤 흐림’이다. 상반기는 전자정부 관련 공공사업과 지자체·금융·국방 부문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 개시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잇따라 미루거나 축소하면서 호조세가 주춤했다. 대신 업계는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수확을 거뒀다. 솔루션 부문에서는 기업포털·지식관리·모바일·고객관리·차세대 금융시스템·재해복구 등이 시장 호조세를 이끌었다.
◇공공·국방·교육·의료 부문=전자정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정보화 투자 분위기가 확산됐다. 공공 부문은 11월 전자정부 개통을 목표로 전자정부 기반 구축에 이은 활용 단계의 각종 정보전략수립(ISP) 사업과 시스템구축 본사업이 쏟아지면서 전체 SI시장 수요를 이끌었다. 국방 부문에서는 지휘통제 부문의 경우 육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3단계 본사업을 필두로 해군과 공군 C4I 구축 ISP사업이 시작됐다. 자원관리 부문에서는 기존 탄약·물자 정보체계에 이어 장비 정비체계를 통합하기 위한 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ISP사업이 개시됐다. 교육 부문에서는 전국단위 중복투자와 개인정보 침해논란이 일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개통이 가장 큰 이슈였다. 의료정보화 부문을 주도해온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은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과당경쟁과 대형 SI업체들의 사업 진출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도업체까지 생겨났다. 의사협회 주도로 추진되던 의료정보표준화 사업은 진전없이 1년간 표류했다.
◇금융 부문=전반적인 IT투자 위축분위기 속에서도 금융IT 분야는 여전히 투자를 주도했다. 통합 국민은행이 46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차세대시스템, 후선업무집중화(BPR) 등 각종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됐다. 차세대시스템 분야는 기업은행만 본격 진행됐을 뿐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은 재검토와 연기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해복수(DR)센터 분야는 금융감독원의 구축 권고를 계기로 은행·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금융IT 시장의 한축을 이끌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부문=GIS업계와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업계는 우울한 한해였다. 올해 GIS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보다 다소 늘어난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매출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다수의 전문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ITS시장도 정부의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상당히 위축됐다. 대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440억원)사업, 서울시 올림픽대로 ITS사업(260억원) 등 몇몇 대형 프로젝트가 하반기에 잇달아 발주되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해외 프로젝트=삼성SDS·LGCNS·SKC&C·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SI업체들은 해외 직접투자와 프로젝트 수주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작년대비 20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과거와 달리 현지법인(또는 합작법인) 설립 등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진행됐고 대상 지역도 중국·동남아·중동·일본 등지로 다변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수출품목에서도 금융프로젝트를 비롯, 전자정부·사회간접자본(SOC)·ITS·대학정보화·의료정보화 및 패키지 솔루션 등 전문영역으로 확대됐다.
■올해 e비즈니스·SI·정보화 사람들
◇e비즈니스=제조분야에서 올해 업계의 e전이를 주도한 것은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의 정보전략그룹 담당 이광성 CIO(상무)와 LG전자의 경영혁신팀 유영민 CIO(상무)다. 국내업무 대부분의 e비즈니스화를 일군 이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은 해외와의 시스템 연동. 철강부문에서는 포스코의 유경렬 CIO(전무)를 뺄 수 없다. 유 전무는 PI작업을 진두지휘해 업무 프로세서를 개선하고 경영혁신을 일궈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제2기 PI작업에 나서 ‘6시그마를 통한 전사적인 업무 품질 극대화’를 추진중이다. 그는 특히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INI스틸, 동부제강 등 동종업계의 e트랜스포메이션에도 좋은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 팽정국 전무가 e전이를 주도했다. 거대 e프로큐어먼트인 ‘바츠닷컴’ 구축에서부터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 ERP 적용 등 현대차의 e비즈니스를 실질적으로 디자인하는 임원이다.
3세 경영인들의 횡보도 주목된다. 공급망관리(SCM)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이재용 상무보, 바츠닷컴과 오토에버(현대차 SI·SM·SR 전담업체) 설립에 깊이 관여한 정의선 전무 등이 e비즈니스를 주도할 차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e금융분야의 금융감독원 김인석 IT연구실장은 공인인증 전자서명을 금융권 전반에 확산시키고, 금융권 백업시스템 및 재해복구시스템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SK텔레콤 차진석 m파이낸스사업본부장은 올 한해 금융시장에서 이슈 메이커. 휴대폰 지불결제 및 온라인 금융서비스사업을 주도하면서 통신·금융을 융합한 신 e금융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외환은행 백성기 e비즈니스본부장은 전자무역추진위원회 금융분과를 이끌면서 전자무역 결제사업을 금융권의 현안 과제로 제기한 인물이다.
◇SI·정보화=SI업계는 ‘사령탑의 대거 교체’라는 단어로 기억된다. SI업체들은 대외 사업 강화, 계열사 영업 강화, 한국시장 공략 강화 등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SK글로벌 출신인 윤석경씨가 5년 2개월동안 SKC&C의 사령탑을 맡아온 변재국 사장 후임으로 자리잡았고 변보경 전 LGIBM 사장도 코오롱정보통신의 사령탑에 올라서 종합 IT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IT업계에만 30여년간 몸 담아온 교보정보통신의 박신구 사장도 내부승진을 통해 지휘권을 잡고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국통신사업개발 사장을 지낸 이계순씨도 올해 한전KDN 사장에 올랐다.
NDS에서는 김용서 사장 후임으로 신재덕 전무가 대표이사로 승진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쌍용정보통신의 경우 지난 10월말 쌍용양회 부사장을 지낸 강복수 사장이 4년간 사령탑을 맡아온 염정태 사장의 바톤을 이어받아 내실 다지기와 함께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박광순 전 한국IBM 상무는 미국계 IT서비스 업체인 EDS코리아의 초대 한국인 지사장이 된 주인공. 박 사장은 취임 이후 국내 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IBM 글로벌서비스사업본부 상무 출신의 허벽씨의 경우 최근 IBM의 PwC컨설팅 인수를 계기로 에스큐테크놀로지(데이콤과 PwC의 합작사) 대표이사에 올랐다.
컨설팅 부문에서는 최영상 전 PwC컨설팅코리아 사장이 한국IBM과의 통합조직에 합류하지 않고 메타넷의 사장으로 남아 화제를 모았다. KPMG컨설팅코리아가 아서앤더슨코리아 비즈니스컨설팅부문을 통합해 10월 새로 출범한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수장에는 고영채 아서앤더슨코리아 전 사장이 올랐다.
한편 학계에서는 지난 3월 설립된 한국SI학회의 초대회장을 국민대 김현수 교수가 맡아 20년의 역사를 가진 SI산업의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LGCNS 송정범 부장은 지난 11월 국내 최초로 CMM선임심사원 자격을 취득해 관심을 끌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IS업체 2002년 매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