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국가정보화 추진을 위해서는 현행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상설 의결기구로 확대개편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정보화 수석비서관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강대 유석진 교수는 10일 개최된 새정부 개혁과제를 주제로 한 ‘미래 전략포럼’에서 “현 국가정보화의 핵심 추진기구인 정보화추진위원회와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 등이 모두 비상설 심의기구로 정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며 “상설 의결기구로의 확대개편을 통해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또 정보화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보화 부총리직을 신설하고 청와대에 국가정보화 정책과 전략에 대한 통합적 조정기능을 수행할 정보화 관련 수석비서관을 둘 것을 제안했다.
◇정보화 추진체계의 문제점=유 교수는 “비상설 심의기구인 정보화추진위원회가 현존하는 부처이기주의에 대해 강력한 조정기능을 발휘해 국가적 차원의 정보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며 “각종 정보화 업무에서 정통부, 산자부, 문화부 등 관련부처간 관할권 분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정보화촉진기금의 경우 정통부가 기금을 직접 운영·관리하고 정보화추진위원회는 운용방침에 관한 사항만을 심의하는 상황에서 기금에 관한 통제권이 없는 위원회가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어려우며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의 경우도 부처이기주의가 드러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부처간 업무영역이 적절하게 체계화돼있지 못한 것이 1차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정보화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할할 수 있도록 편제돼있는 정통부는 전자상거래 등에 대해서는 산자부와,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문광부와, IT관련기술 개발은 과학기술처와의 업무중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보화 추진전략의 문제=정보화 추진체계와는 별도로 추진전략상에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우선 지나치게 경제·산업적인 측면만 부각됨으로써 사생활보호나 지적재산권 문제, 정보기반의 신뢰성 문제 등 사회·문화적인 측면은 경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초고속 망기반과 유통기반에 대한 투자 위주로 진행되고 정보수요자들을 위한 응용서비스 및 DB개발과 일반국민의 정보활용을 제고할 수 있는 정보리터러시 정책(정보격차 해소정책) 등은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 교수는 “정보사회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라고 볼 때 사람위주의 정보화 추진이 돼야 하며 정보화의 결실은 정보기술과 정보시스템을 활용, 생산이나 생활속에서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화 추진체계 개편방안=차기 정부가 추진할 정보화추진체계의 개편 논의에서는 종합적인 국가정보화의 목표 및 전략수립과 함께 부처 단위의 근시안적 시각이나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이 반드시 모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향후 5∼10년 후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의 미래 비전부터 수립하고 정보화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추진체계도 이러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의 바탕 위에서 재설정해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위계적 형태의 정부조직으로부터 수평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역할을 담당할 개인 혹은 기구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정보화 추진전략이 지나치게 경제·산업적인 이해관계만을 반영하지 않도록 추진체계에 사회·문화적이고 글로벌한 차원의 정책내용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보화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목표와 방향설정을 할 때는 업계나 민간분야 전문가들의 제도적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또 CDMA방식의 선택이나 디지털 방송표준 설정문제 등 글로벌 정보화에 대비한 고려가 정보화 추진전략과 추진체계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설정된 표준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 있어 왔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 자신이 혹은 우리가 수용하는 표준이 세계표준이 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 점이 정보화 추진전략과 추진체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요 대선 후보의 입장=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정부구조개편기획단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부조직진단위원회를 각각 설치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보화추진체계에 있어 이 후보는 정보화책임관(CIO)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국가정보화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부처가 국가CIO를 맡도록 하고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청와대 내에 두거나 과학기술 관련 수석 또는 특보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의 테케스(TEKES)를 모델로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기획, 평가, 분석은 하나의 통합된 부서에서 수행하는 게 가능하며 이 부서에서 부처간 조정역할을 담당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무현 후보는 조직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당선되면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간 IT 업무조정을 위해 청와대에 IT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 후보는 전자정부사업 추진시 정보기술 도입보다 먼저 업무를 혁신하고 개혁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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