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인인증서 이용확산 정책이 양적으로는 성공한 반면 질적으로는 부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공인인증기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는 올초 내걸었던 ‘전자서명인구 1000만명 달성’ 계획과 관련, 최근까지 500만명 가량의 이용자수를 확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공인인증기관간 상호연동이 인증기관간 조율실패로 여러차례 연기를 거듭하고 인증서 요금정책과 인증서 발급시 신원확인방법 등을 놓고 업체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등 활용면에서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 증권사의 공인인증서 발급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비대면 방식의 공인인증서 발급을 조건부로 허용키로 하자 일부 공인인증기관들은 “공인인증서를 확산시키는 데 급급해 정책의 균형과 일관성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연동의 경우 전자서명법이 개정된 지난 4월부터 이뤄졌어야 하지만 인증기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9월로 시행시기가 연기됐으며 최근까지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는 연내에 상호연동을 가능케 할 계획이지만 상호연동에 따른 수수료나 사고시 책임소재 등에 대해 여전히 업계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연내 실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공인인증서 비용문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통부는 그동안 공인인증서 이용확산을 위해 금융결제원이나 한국증권전산 등의 인증기관이 개인용인증서를 무료로 발급해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무료발급에 대해 공인인증서 사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정보인증과 한국전자인증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용인증서 무료발급으로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한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인증기관은 6개나 허가해 놓고 이제와서 시장원리대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적어도 정부가 앞장서 공정경쟁의 환경은 조성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인증은 금융결제원과 한국증권전산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인인증서를 무료로 발급, 공정경쟁을 막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9일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인인증서 이용인구는 연말은 아니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정통부가 목표했던 1000만명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미 이용자수가 500여만명에 이르는데다 증권부문에서 약 250만명이 내년 1분기중으로 새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것으로 보이고 무선 공인인증도 상용화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